◇FX 스와프 거래 끊는 외은

서울 외환(FX) 스와프 시장에서는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 간의 신용 한도(크레디트 라인) 논란이 거셌다.

지난 7∼9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우려로 외은 서울지점이 국내 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셀앤드바이(sell&buy) 거래를 축소하면서다.

외은과 국내 은행 간의 FX 스와프 거래가 체결되지 않으면서 많은 시장참가자가 불편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유동성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wrong way risk)를 관리해야 한다는 바젤Ⅲ 규정에 큰 영향을 받았다.

다만, 가격과 거래량 등에서 비정상이라고 볼 만한 부분이 지표상 명확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됐다.

FX 스와프 시장에서 외은과 국내 은행 사이에 대폭 축소된 신용 라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시장참가자들은 일러도 내년 초가 돼야 라인 이슈가 잠잠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여곡절' 한ㆍ중 통화스와프 연장

지난 10월 한국과 중국은 3천6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기존 계약 만기가 지난 시점에서 연장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논란 등으로 중단 위기도 있었지만, 역내 금융안정과 위안화 국제화 등 경제적 기능에 초점을 두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끌어낸 점에 우호적 평가가 쏠렸다.

북한과 미국의 대치국면이 이어지는 와중에 얻은 경제·외교적 성과였다.

한 달 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만기와 한도가 없는 파격적인 계약이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한 데 이어 든든한 외환 안전판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장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10거래일 만에 달러-원 환율은 1,110원대에서 1,070원대까지 급속도로 하락했다.

◇환율조작국 올해도 피했다

미국 재무부가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보고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지정 칼날을 피했다.

중국, 일본, 독일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에는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적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셰일가스 수입 등을 통해 대미흑자를 줄여나간 점이 주효했다.

구체적으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이상)와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국내총생산(GDP)의 3% 초과) 요건에 해당했다.

GDP의 2%를 넘는 달러 매수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환율조작국 이슈가 불거지면서, 외환 당국은 시장에 개입하는 규모와 횟수를 대폭 줄이기도 해다.

11월 원화 초강세 국면에서는 외환 당국의 모호한 스탠스 논란으로 1,100원, 1,090원, 1,080원대 레벨이 쉽게 무너진 바 있다.

◇美 보호무역 압박에도 수출 '초호황'

11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세는 13개월 연속 이뤄졌다. 사드 보복 논란 속에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이 호조였다.

1∼11월 누계 수출은 5천248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달 17일까지는 역대 최단 기간에 연간 5천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반도체와 일반기계 등의 수출 증가세가 눈부셨다.

미국의 보호무역 압박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무역 회복세에 수혜를 입었다.

수출 호황은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상 달러 공급요인으로 작용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단을 받쳤다면, 반대 방향에서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은 달러-원 환율을 무겁게 누르는 재료가 됐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수출 호조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해외투자 확대에 큰 손이 된 연기금

보험사를 비롯해 연기금의 해외투자 관련 달러 매수세로 외환시장은 출렁인 경우가 잦았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환 헤지 비율을 2009년 50%에서 2014년 0%로 단계적으로 이미 축소했다.

해외채권의 경우 내년 0% 환 헤지를 목표로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다.

신규 해외투자에서는 환 헤지 없이 직접 달러를 매수하면서 외환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달러-원 환율에 급하게 하락하는 경우에는 연기금의 저점 인식 성 매수세가 나오기도 했다.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무시할 수 없다.

개정된 보험업감독업무에는 국내 보험사가 해외자산에 투자 시 환 헤지가 없어도 가중평균 만기(듀레이션)를 인정해주는 내용이 들어있다.

12월 FX 스와프 시장에서는 보험사의 에셋 스와프 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스와프 포인트 하락세를 가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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