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건설사가 추진하는 이란 프로젝트가 당분간 착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문제를 해결할 한국수출입은행과 이란의 FA(기본여신협정) 체결이 임박했지만 이란이 시리아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석차 방한한 알리 타예브냐 이란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주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수은 행장을 각각 만나 FA 체결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주 초 장관에 앞서 입국한 이란 대표단은 수출입은행 실무진과 매일 만나 FA 체결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현재 협의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양측은 일부 이견을 조율 중이다.

FA는 포괄적인 금융협정으로 FA 체결 시 이란 재정사업으로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는 자동으로 이란 정부의 보증을 받게 된다. 신용위험 노출이 제한된 수은이 국내 기업 추진 프로젝트를 쉽게 금융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현지 언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FA가 체결되면 한국 정책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자금(130억달러) 중 17억달러는 대림산업이 수주한 이스파한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할당되고, 30억달러는 아쌀루예 시라프 지역의 8개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A 협상 진전이라는 호재에도 국내 건설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 18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란과 미국의 긴장관계가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서다.

이란은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대한 공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IS뿐 아니라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도 테러조직으로 여기고 있어 시리아에서 미국과 이란이 간접적으로 무력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이 이란 프로젝트의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과거 유럽은행들이 대(對) 이란 경제제재 기간 중 이란과 거래하다 미 금융당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전례도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 협상에 극히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이란 거래에서의 미 달러화 사용 금지 조치를 지속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독자적 신규 제재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건설사들도 기존에 수주한 프로젝트가 단기내 착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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