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그야말로 올해 은행권 깜짝 인사의 주인공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만큼 김 회장의 선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사회 멤버인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김 회장을 추천했고, 다른 행장들도 별다른 의견 없이 김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임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웠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권 인사 철학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투명한 인선을 위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홍재형(79) 전 부총리와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거론되면서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민간 금융협회장에 관료 출신 올드보이가 내려온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퍼졌다.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 전날까지 차기 회장 유력 후보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김 회장의 이름은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김 회장을 인선한 배경에는 올드보이가 새 정부에서 지나치게 자리를 독식한다는 비난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선임 이후 관료 출신의 원로 인사들이 금융권에 복귀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지면서 은행연합회 이사회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상훈 전 금융지주 사장 등 후보로 거론됐던 민간 출신 후보도 이사회 구성원 간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이경섭 행장이 추천한 김 회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953년 부산 출신이다. 새 정부 들어 부산·경남·울산 등 이른바 PK출신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급부상하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은 인사로도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은행연합회장에 오른 것이 연말 은행권 최고의 화제"라며 "업계 입장을 대변함과 동시에 정부와 소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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