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해외투자를 빠르게 늘려온 연기금이 원화 강세 추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에 달러-원 환율 상승세로 환 이득을 봤지만, 올해부터는 방향이 반대로 돌아서 환 손실이 예상돼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와 금리 인상 기대로 올해 들어 계속 떨어졌다.

연초 1,200원대를 웃돌았던 달러-원 환율은 계속해서 하락해 연일 연저점을 갈아치웠고, 11월 29일에는 2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076.8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 한국 경제는 1.5%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이 6년 반 만에 최고 폭으로 늘었고, 국민소득도 2.4% 증가하면서 3년 만에 3%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하면서 원화 강세에 불을 지폈다.

원화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기금의 해외투자 수익률도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의 확정 수익률 계산과 성과평가는 원화 환산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원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면 해외투자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친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해외 대체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2.62%를 기록했다.

연중 대체투자 수익률은 실물자산가격 변동 등 공정가치 평가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배당·이자수익과 환율변동에 따른 환산손익만이 반영된다.

또 최근 연기금이 환 헤지 비율을 축소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2009년 환 헤지 비율 50%에서 2014년 0%로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해외채권은 2018년 0% 환 헤지를 목표로 계속해서 환 헤지 비율을 줄이고 있다.

사학연금도 해외주식 환 헤지 비율을 50% 수준에서 0%까지 낮추며, 해외 대체투자 환 헤지 비율은 올해 상반기 24%에서 환 노출을 확대한다.

연기금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수출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높았지만, 내수 경기는 여전히 침체 분위기인데, 금리까지 올려버리니 상황이 악화됐다"라며 "환율이 1,080원대를 찍고 있는데 정부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반면 환율변동은 단기적 요인이고, 해외 신규 투자 시에는 오히려 유리해 장기투자 관점에서 큰 부담은 아니라는 진단도 있었다.

다른 연기금의 CIO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 헤지 비율 축소가 위험을 줄여준다는 분석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평가 손실을 보나 장기투자 관점에서 환율 하락으로 인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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