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이 법인세를 기존 35%에서 20%로 인하하는 감세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내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세제 변화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의 쉬 홍차이 연구원은 정부가 나서 미국의 감세에 따른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맞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감세안이 시행되면 미국 법인세는 35%에서 20%로 낮아진다. 이는 법인세 25%와 부가가치세 17%를 합친 중국 기업들의 세 부담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 정부는 해외 수익에 대해 일회성 세금 감면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번 세제안은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커 미국 투자의 메리트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감세 정책에 이어 영국도 법인세를 20%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일본도 감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쉬 연구원은 "중국의 법인세와 전체 세 부담은 미국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이다"라며 "중국의 세 부담은 분명 국제적인 추세에도 반하며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쉬 연구원은 "우리는 앞으로 더 큰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세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거나, 세율이 인하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첨단 기술 산업에는 15%의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소기업에 대해서는 일부 세액 공제 혜택을 주지만 중국 전체 기업들의 세 부담은 높은 편이다.

톈쩌(天則·영문명 유니룰)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세금 부담액은 법인세와 각종 수수료를 포함하면 거의 40%에 달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세제안에 과잉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감세안에 과잉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전적으로 다른 세제 구조와 경제 성장 모델을 갖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는 부모와 아들과 같다. 아들이 아기일 때는 정부가 아들(기업)을 먹여 살려야 하지만, 아들이 성장하면 기업이 부모(정부)를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중국글로벌센터의 탕 베이지에 연구원도 중국의 고령화 문제를 고려할 때 정부가 세금을 인하할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서비스와 사회보장연금으로 지출하는 자금이 계속 늘고 있고 그에 따라 정부의 세금 인하 여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훠젠궈(藿建國) 전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원장은 중국이 법인세를 낮추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시장을 더욱 개방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이행해 미국의 감세안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닝 전 중국 상무부 미주·대양주사장(司長)은 중국 기관들의 규제 비용이 커 많은 기업이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감세안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에게 시장을 더욱 개방하고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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