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1조 원 규모 매칭형 구조조정 펀드 조성

금융논리 중심 벗어나 산업 측면 고려도 강화

국책은행 출자회사 민간전문가 참여 위원회가 관리

구조조정 과정서 고의ㆍ중과실 없으면 면책 적용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책은행이 주도해 온 기업구조조정이 앞으로는 시장으로 무게추가 옮겨진다.

특히 부실징후 기업의 상시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1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가 내년 상반기에 조성된다.

금융논리에 갇혀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보니 산업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 산업생태계 등 산업적인 고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이 발생한 이후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던 것에서 사전적 구조조정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추진 체계를 확립한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회의다.

정부는 철저한 자구노력과 엄정한 손실부담을 통해 국민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그간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비판과 지적을 받아온 방식에 대해서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구조조정 주도권 '국책은행→자본시장ㆍ법원'…구조조정 펀드 1조 조성

정부는 부실징후가 발생하기 이전에 사전적 구조조정 체계를 명확히 하고, 시장 중심으로 상시 구조조정도 활성화한다.

특히 공적자금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방식에서 탈피해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채권단과 자본시장, 법원 등으로 다각화함으로써 신속하고 효율적인 처리를 통해 국민 경제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우선 주요 정부부처와 민간전문가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진단시스템을 구축한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주요 부처와 산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 금융감독원가 산업은행 등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산업진단이 필요한 주요 업종을 선정하고서 글로벌 업황과 국내 경쟁력 수준, 리스크 요인들을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산업 내 주요 기업에 대해서도 재무상황과 경영여건, 리스크 요인 등을 점검한다.

이러한 점검 결과를 토대로 산업 차원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여부를 평가하고 필요하면 외부 컨설팅 등을 추진한 뒤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하고 부총리 주재의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부실징후가 감지된 기업에 대해서는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특히 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징후기업으로 판명된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 중심의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자본시장 구조조정펀드, 회생 법원 등을 활용한 '3-트랙(track)'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국책은행이 중심이 돼 이끌어 가던 구조조정 방식을 기업의 부실위험도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자본시장을 활용한 구조조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자금을 댄 1조 원 규모의 매칭형 구조조정펀드를 내년 상반기에 조성해 구조조정 기업의 매수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상 기업의 정보도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플랫폼도 구축한다.

사모펀드(PEF)를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이 한도성 여신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아울러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채무조정뿐 아니라 신규자금 지원도 가능한 회생 법원의 프리패키지드플랜(Pre-Packaged plan, P-Plan)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논리 중심에서 산업적 측면 고려 강화

정부는 그간 금융 중심으로 추진돼 온 구조조정에 산업적인 측면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균형감을 맞추기로 했다.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논리에 갇혀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기업과 산업을 죽인다는 비판과 지적이 제기돼 온 것을 수용한 것이다.

채권단은 정확한 실상 파악을 위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회계 실사를 한 뒤 각종 정부를 주요 관계기관과 공유하기로 했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생태계,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절차도 강화한다. 채권단이 구조조정 최종 방안을 마련하되 정부는 대상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점검하고 고용과 지역경제 등의 보완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해야 할 경우 국민에게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국책은행 출자회사 관리 민간전문위원회가 주도

구조조정을 통해 국책은행이 지분을 갖게 되는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구조조정의 핵심에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기존 관리위원회를 민간 중심체제로 개편하고, 수출입은행에는 관리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민간 중심의 위원회는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상황 점검은 물론 매각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임무를 부여한다.

출자기업의 신속한 매각을 위해 관리 과정에서 심각한 손실이나 고의, 중과실이 없는 한 관리자에 대한 면책권도 부여할 방침이다.



◇구조조정 콘트롤타워 부총리가 계속

앞으로도 구조조정 콘트롤타워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부총리가 맡는다.

다만, 3개 분과체계로 돼 있는 체제를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1개의 실무협의체로 개편한다.

실무협의체는 주요산업 점검과 함께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등의 실무적인 조정 역할을 담당한다.

산업ㆍ금융부처가 자율적으로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주력산업 점검과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하고 실무협의체를 통해 논의한 뒤 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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