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황윤정 기자 = 코스피200 옵션의 야간 거래가 중지된 가운데, 거래를 체결하는 유럽의 유렉스(EUREX)와 시세 전달을 하는 한국거래소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렉스와 거래소 측 모두 각자의 책임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이 중간에 낀 투자자들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현재 휴장 중인 유렉스 연계 코스피 200 파생상품 시장의 시세 전달 시스템을 빠르면 1주일에서 2주일 내로 변경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부터 유렉스에 상장된 코스피200 옵션과 미니 코스피 200선물 연계상품 시장을 휴장했다. 유렉스가 실시간 시세 정보 송고 체계를 바꾸며 국내 투자자들이 시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코스피 200 야간 옵션은 유럽의 유렉스에서 거래되고 한국거래소는 이때 거래된 시세를 국내 증권사에 전달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소로부터 전달받은 야간 선물 가격 정보를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보게 된다. 하지만 시스템상의 충돌로 지난 4일 밤(독일 시간)부터 국내 투자자들은 시세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유렉스는 최근 야간 옵션거래와 관련해 문의하는 한국 투자자에 '시세 전달 전산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에 앞서 한국거래소에 관련 내용을 전했다'고 여러 차례 전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는 사고 난 날에야 문제를 인지하고 작업에 돌입했으나 해결이 어려워 철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유렉스는 이미 과거에 업데이트를 고지했기 때문에 더는 자신들이 고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고 최소 1주일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한국거래소는 유렉스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유렉스 측에서 사전 협의나 통지가 없이 시세 정보 송고 체계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시스템 장애의 주체가 '한국거래소'에 있는 것처럼 비치는 시각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지원 신임 이사장이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렉스 측에서 휴장을 결정했다"며 "일부 정보 단말기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시세 정보를 받을 수는 있으나, 시장 참여 기회가 균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해당 상품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렉스는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 연례 시스템 보완 및 변경작업을 하고는 한다"며 "의례적인 것이라 거래소와 의사소통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유렉스와 한국거래소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렉스 야간 코스피 파생상품 거래금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단순한 사고였으면 하루로 끝났을 텐데 거래소에서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유렉스는 '한국 시장의 이슈로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유렉스와 한국거래소 간의 위원회 등을 설치해 안건으로 상정된 내용을 협의하는데, 이번에 아예 시세 정보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유렉스 측에서 누락했다"며 "의견 충돌이나 대립은 전혀 없었고 빠른 시일 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lkim@yna.co.kr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