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증권가 장수 최고경영자(CEO)의 대표 주자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의 임기가 내년 초 일제히 종료된다. 교체 주기가 짧기로 유명한 증권가에서 10년 이상 증권사 CEO로 일해온 이들이 또다시 연임에 성공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상호 사장의 임기가 내년 2월, 김해준 사장과 권용원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이 중 유 사장은 연임이 확실시된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는 데 성공한 데다 올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4천23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간발의 차이로 2위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순이익에서 일회성 요인인 PCA생명 염가매수차익 36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증권업계 순이익 1위이기도 하다.

유 사장은 교체 주기가 짧기로 유명한 증권업계에서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힌다. 지금까지 10번 연임에 성공했고 이번에 연임하면 11번째 연임하게 된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8년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옛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1992∼19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 재직 시절에 당시 한국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해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로 불렸다.

귀국 후에는 메리츠증권과 동원증권 등에서 일했다.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2005년 부사장이 됐고 2007년 47세 나이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가 됐다.

김해준 사장 역시 호실적에 힘입어 연임 확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장흥고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대우증권 IB 출신으로 2008년 교보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10년째 CEO를 맡고 있다. 중소형사로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던 교보증권을 신탁과 IB영업, 장단기 채권 스프레드 운용 분야에서 강자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테일영업에 치중한 영업행태를 변화시키고자 한 결과다. IB 대체투자팀을 신설해 교보증권을 항공기투자 최강자로 급부상시키기도 했다.

권용원 사장은 부진한 실적이 연임의 장애 요인이다.

키움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34억원, 당기순이익은 32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50%, 54.8% 감소했다.

핵심 수익원인 리테일 부문에서는 662억원을 벌어 지난 분기보다 5% 이상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자기자본투자 손익이 31억원 적자로 돌아서며 부진했다. 신용공여 이자율 규제 강화와 개인 고객 이탈에 따른 점유율 하락 등의 악재도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 '개국공신'인 권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거나, 금융투자협회장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 사장은 서울 출생으로 광성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옛 상공부)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0년 다우기술에 부사장으로 입사한 후 키움인베스트먼트 사장을 거쳐 2009년부터 키움증권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권 사장이 이동할 경우 차기 사장으로 이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가 임명될 것으로 점쳐진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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