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김대도 기자 = 환전업이 가능하게 된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은 달러 수요가 많은 일반 기업체의 물량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대외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수수료를 은행권 수준까지 최대한 낮추고 있었다. 당장 은행과의 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로 지정된 5개 증권사는 달러-원 현물환 거래 시 수수료를 0.10∼0.20원 정도로 설정하고 있다.

은행권 수수료와 별반 차이 없는 수준으로, 증권사들이 경쟁력 있는 호가 주문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은행 간 거래 가격과 엇비슷한 수준에서 환전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는 이점을 얻게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채권·외환·원자재(FICC) 외환운용팀을 조직하고, 하루 50억 달러 규모의 라인을 마련했다. 자체 외환거래ㆍ결제시스템을 증권사 최초로 구축했다.

홍보활동도 준비 중이었다. NH투자증권은 시장 수요 및 경쟁력을 지속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고객 대상 외환(FX) 영업을 홍보하고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외환딜러는 "호가는 은행권과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신규 활로도 뚫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환전업 진출에 일반 기업체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은행과의 거래가 환전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증권사가 기업체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지 않으면 승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많았다.

외환시장 큰 손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정유사 등을 비롯해 중소업체 반응도 비슷했다.

제조업체의 한 FX 담당자는 "금융이라는 것이 환전 한가지만이 아니다"며 "현물환이라는 증권사를 이용할 수 있지만, 파생상품도 같이 하고 여러 업무가 겹쳐있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증권사의 유인책이 은행보다 매력적이지 않다면 거래처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FX 담당자는 "증권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는 한정적"이라며 "아무래도 은행이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담당자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실제 경기가 안 좋아질 경우에 대출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채널 확보가 중요하다"며 "증권사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대기업 딜러는 "최근에는 은행권 수수료도 너무 낮아져 영업이 힘들다"며 "위협요인은 아니더라도 증권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