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시 스펙 요구 폐지…벤처 제품 집중구매제 도입

사회적기업에 입찰 가점…최저임금 위반 시 입찰 제한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창출 정책과 함께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는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117조 원 규모의 공공조달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만 35만 개에 달하고, 이 중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이 86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 각종 규제를 풀어 재정을 통해 창업ㆍ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판로를 대폭 지원한다.

재정 효율성에 치중한 현 조달제도가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도 혁신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을 터 주는 대책도 추진한다.

아울러 하도급업체와 지역 업체 보호 등을 통한 상생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11일 오후 성남 판교 제2 테크노밸리(판교 2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성장 지원 등을 위한 공공조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조달시장 창업ㆍ벤처기업 성장사다리로 활용

정부는 창업ㆍ벤처기업과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형 공공조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창업ㆍ벤처기업이 조달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장벽을 없애고, 조달시장이 성장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판로를 대폭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국가계약법을 개정해 2억1천만 원 미만의 소규모 물품 구매계약을 위한 실적 제한을 폐지해 더 많은 창업ㆍ벤처ㆍ중소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해 경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간 납품실적과 인증보유 여부 등의 스펙을 요구해 왔는데 창업ㆍ벤처기업 등 신생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공조달시장 진입의 커다란 장벽이 돼 왔다.

또 최저가낙찰제도 폐지한다. 적격심사 또는 종합심사낙찰제를 적용해 과도한 저가 투찰 사례를 방지할 계획이다.

2015년 공공조달 전수조달 결과에 따르면 37개 공공기관 141개 사업에서 예정가격 50% 미만의 과도한 저가 투찰 사례가 있었다. 입찰에 참여한 일부 기업은 실적 쌓기를 위해 입찰가를 10원으로 제시한 경우도 있다.

정부는 아울러 창업ㆍ벤처기업이 판로 개척에 애로를 겪어 초기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 물품을 조달할 때 창업ㆍ벤처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집중구매제도도 도입한다.

중소기업제품 의무구매비율도 현행 50%에서 70%로 높일 방침이다.

특히 1억 원 미만의 창업ㆍ벤처기업 제품에 대한 물품ㆍ용역계약에 대해서는 제한경쟁을 허용하기로 했다.

벤처ㆍ중소기업의 입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찰제안서와 실적발급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도록 의무화한다.

창업기업이 연구ㆍ개발(R&D)을 통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국가기관에 우수 R&D 결과물에 대해 수의계약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 촉진을 위한 경쟁적 대화방식 입찰제도도 도입한다.

이는 발주기관이 입찰자의 기술개발 단계부터 긴밀히 소통해 제품혁신 등에 기여하고,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사회적경제기업에 인센티브…입찰 시 가점 부여

정부는 구성원 간 협력과 자조를 바탕으로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우선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할 때 가산점을 준다. 또 취약계층을 30% 이상 고용한 사회적경제기업에게는 5천만 원 이하의 계약에 대해 수의계약도 허용하기로 했다.

공공조달 입찰 심사항목에 고용유지, 모성보호 등의 근로환경 등을 추가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간 예산절감 위주로 체결ㆍ집행이 이뤄진 청소ㆍ경비 등의 노무 용역 계약의 경우 근로자에 대한 적정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노무비 산정 및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개선한다.

현재는 다년도 계약의 경우 2차연도 이후에 대한 노임 지급 규정이 없으나 앞으로는 매년 시중노임단가 인상에 연동해 노임을 증액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위반과 상습임금체불 등 기초 고용질서를 위반한 경우 입찰 시 감점제도를 도입하고, 입찰참가자격에 제한을 두는 근거를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운용되는 노무비 전용계좌 제도를 공사계약뿐 아니라 노무 용역 분야에도 확대 적용한다.

특히 노무 용역 입찰 참여 시 근로조건(임금지급수준ㆍ고용승계ㆍ퇴직금 및 4대 보험 지급ㆍ포괄적 재하청 금지 등) 이행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1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

◇불공정 입찰 관행 제동

정부는 그간 지역 업체만 제한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소규모 공사 입찰의 규모를 7억 원 미만으로 제한해 왔으나 이를 10억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지급예정인 하도급금액이 입찰 금액 중 하도급금액의 82% 미만인 경우 감점을 줘 실질적으로 낙찰을 배제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 조건에 더해 예정가격 중 하도급금액의 60% 미만인 경우에도 낙찰을 배제할 방침이다.

지체상금이 과도하게 부과되지 않도록 지체상금률을 연 20%∼30%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아울러 일부 발주기관이 산정한 공사비를 신뢰하고 입찰에 참여했다가 추후 계약금액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것을 알고 계약을 포기하는 기업의 경우 입찰에 제한을 받아왔는데 앞으로는 심의를 거쳐 공사비가 과소하게 산정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입찰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 간 공공계약 관련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분쟁조정제도를 활성화하고, 일부 발주기관이 계약 체결 시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부과해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해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는 만큼 분쟁조정위원회가 개별 계약조항의 불공정성을 심사해 조달 참여업체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로 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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