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지난달부터 가장 뜨거웠던 투자처는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지수가 고공 행진하며 1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이 중 대부분의 자금을 흡수한 운용사도 있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을 추종하는 ETF가 시중 자금을 무서운 기세로 빨아들였다. 코스닥 150 ETF에는 지난달에만 9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코스닥이 본격 랠리를 시작한 10월 초부터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ETF 투자가 늘어나며 코스닥을 끌어 올리고, 이로 인해 다시 ETF 수익률이 높아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간 코스닥 150 ETF에 순유입되는 자금은 월간 수백억원에 불과했다. 돈이 몰린 달에도 기껏해야 1천억원이 순유입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코스닥 강세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투자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최대 수혜처는 삼성자산운용이었다. 삼성자산의 KODEX 코스닥 150 ETF와 레버리지 ETF에는 11월 한달에만 각각 3천100억원, 3천8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스닥 150 ETF와 레버리지 ETF에는 각각 1천200억원, 4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KB자산운용의 KBSTAR 코스닥 150 ETF 상품에는 440억원가량의 자금이 모였다.

현재 ETF 순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22% 수준이어서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ETF 등 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몰리며 다소 상쇄할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코스닥 ETF의 자금 순증세가 특히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스닥 ETF에 역사적인 규모의 자금이 몰렸어도, 각 운용사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간 주요 운용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수수료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요 운용사 ETF의 총 보수율은 30~60bp 내외다.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의 보수율이 150bp를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다. 이런 탓에 최근 코스닥 관련 ETF에 가장 많은 자금을 흡수한 삼성자산운용도 큰 수익을 얻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의 코스닥 ETF가 한 달 여 만에 7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지만, 이로 인해 주머니에 들어온 수익은 30억원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크게 어필할 방법은 수수료 인하 정책이고 여기에 마케팅 비용까지 더해진다"며 "이런 탓에 ETF의 저수익 구조는 불가피한 현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사도 큰 수익을 못 버는 상황에서 중소형사 ETF의 경우 보수가 너무 낮아 지수를 완전복제하는 방식의 운용밖에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은행권의 ETF 신탁과 비교해 수수료가 너무 낮다"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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