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안정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한 신한금융지주가 내년에는 해외 영토 확장을 본격화한다.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2020 프로젝트'에 속도를 낸다.

국내에서 단기 실적 경쟁에 의존하기 보다는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를 통해 해외 영토를 넓히고, 4차산업 혁명에 맞물린 디지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지주와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본시장 영역의 확장에도 집중한다.

신한금융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2020 프로젝트'는 지난 3월 취임한 조용병 회장이 월드 클래스 금융그룹을 지향하며 제시한 도전과제다.

◇ 성장 돌파구는 해외…亞 '선택과 집중'

신한금융이 내년에 주목하는 시장은 이머징 마켓이 집중된 아시아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아세안 경제공동체(AEC) 국가에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저성장 흐름은 이미 굳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돌파구를 해외 시장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특히 2020년까지 그룹 내 해외 시장의 손익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이머징 마켓 중심의 M&A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이미 베트남에서 ANZ은행의 소매금융을 인수해 현지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AEC 국가에서 '제2의 베트남'을 찾고 있다.

지난 30년간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온 신한금융은 현재 20개국에 169개의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조용병 회장은 취임 당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강조했다.

국가별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 해외 인력을 확충하고, 현지 고객 기반을 강화해 현지화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는 이를 현실화하고자 이미 진출한 국가에 카드와 금융투자 등 그룹사의 동반 진출도 추진한다.

이미 공동 진출 국가의 협업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태스크포스(TF) 조직도 구축해 놨다.

글로벌 사업 부문장이 지주와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의 해외 사업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는 '컨트리헤드(country head)'를 둬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디지털 인재 확보에 사활

'디지털 신한'은 '2020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다.

조 회장은 디지털 금융을 확장할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내년 1월 '신한 디지털캠퍼스'를 설립한다.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신한디지털혁신센터(SDII)를 비롯해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등 그룹 내 디지털 금융 관련 핵심 조직을 한데 모은 공간이다.

물리적으로 조직을 모아 서로의 시너지를 높이려는 차원이다.

신한금융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디지털 전략 담당 임원(CDO) 제도를 도입했고, CDO 협의회를 통해 그룹사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해외 굴지의 디지털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아마존과 전략적 협력계약(SCA)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마존과는 클라우드는 물론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일본 미즈호그룹과 진행 중인 금융서비스 개발과 투자 등의 결과물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2만7천 명 임직원의 '전 디지털 전사(戰士)'를 선언한 조 회장은 내년에도 대대적인 디지털 교육과 사내 벤처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다.



◇GIB 성과 창출 원년…그룹 통합투자 늘린다

신한금융은 올해 은행과 금융투자 중심의 CIB 사업부문을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성과는 좋았다. 이후 GIB 사업부문의 올해 3분기 재무실적은 상반기 평균을 30% 이상 넘어섰다.

2020년까지 그룹 전체 손익의 14%를 이 사업에서 만들 계획이다.

올해 베트남에서 여신전문회사 VP뱅크 파이낸스의 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230억 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는 구조화 금융을 성공한 사례는 GIB 사업부문의 대표적인 성과였다.

내년에도 이런 방식의 해외 공동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참여하는 간접 투자를 추진하고, 해외 투자은행(IB)과도 투자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처럼 그룹 시너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원-신한(One-Shinhan)' 전략을 바탕으로 한 협업도 강화한다.

지주 내 시너지 추진팀을 원 신한 전략팀으로 개편한 신한금융은, 원-신한 협의회를 신설해 그룹 차원의 신사업 추진을 속도감 있게 결정하고 있다.

그룹 내 기업금융전담역(RM)이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한 기업금융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그 예다. 이 플랫폼은 우선 신한은행에 적용한 뒤 그룹사 확대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내년은 2020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한 구심점이 되는 시기"라며 "글로벌과 디지털, 자본시장이라는 중심축을 바탕으로 그룹사 시너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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