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갈수록 불어나는 기금 규모와 급속한 시장 환경 변화에 포트폴리오 배분을 고민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전문가와 연구원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국민연금기금 자산 배분과 관련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국민연금, 불어나는 포트폴리오에 자산배분 고민

1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은 제67호 연금포럼 정기 보고서에서 전략적 자산 배분을 기획주제로 선정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전략적 자산 배분의 한계와 극복방안, 요인(Factor) 기반 자산배분, 기금운용위원회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국민연금기금 전체 자산규모는 9월 말 기준 612조4천억 원으로 올해 6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세계 3대 연기금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2022년 1천조 원을 넘고, 2043년에는 2천561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대내외 시장 영향력이 갈수록 커짐에도, 전략적 자산배분 정책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큰 틀의 방향성만 있을 뿐 자산 배분의 시장 적합성과 구체적인 방법론, 향후 기금 자산 감소 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 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계획을 세웠으나 운용역 이탈과 글로벌 경쟁 격화로 대체투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올해 22%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코스피 급등에 따른 평가 이익 증가로 전체 기금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이 다른 자산과 비교해 과도해졌다.

올해 상반기 말 국내 주식은 전체 자산 중 약 20.9%로, 올해 말(19.2%)과 내년(18.7%) 목표비중을 빠르게 넘어서 국민연금이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국민연금 자산배분 개선 필요…기금위 강화해야

국민연금 전략적 자산 배분은 보건복지부와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연구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만든 5년 중기 자산배분 안을, 기금위에서 매해 검토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기 자산배분 안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1년간의 전략적 자산배분 정책이 2~3시간 남짓의 기금위 한 회에서 결정된다.

이 때문에 기금위가 운용 이슈를 효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산 배분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자산 배분에 기금위와 기금운용본부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운용수익률 중 전략적 자산 배분의 기여도가 95% 이상을 차지하지만, 현재의 자산 배분은 기금본부나 보건복지부가 결정하는 것인지 기금위가 결정한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금운용수익률이 기금본부의 운용역량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기금위의 전략적 자산 배분의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며, 성과평가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이며 글로벌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효율적 시장이론에 근거한 시장 중립적 자산운용을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리스크 요인 기반 자산 배분을 도입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개별 리스크 요소를 분류한 후, 투자자산을 요소에 매칭해 최적 배분 비중을 찾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덴마크 연금 등이 요소 기반 자산 배분을 수행하고 있다.

또 미래에 지급해야 할 부채를 가진 국민연금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Asset and Liability Management)가 필수다.

국민연금은 시뮬레이션 기반 ALM 시스템인 'ALMOND'를 독자 개발했지만, 여전히 자산배분 과정을 보조하는 자료로만 활용하고 있다.

김민정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LM 분석으로 장기 재정 안정화를 이루기 위한 운용전략과 제도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ALM 시스템을 자산 배분에 직접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금의 재정목표 수립과 더불어 지속적인 ALM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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