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올해 조용했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내년에는 활기를 띨지 관심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ING생명보험과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는 보험사들이 매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KB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사가 보험사 인수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불을 지피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 경색했던 한·중 관계가 조금씩 풀어지며 중국 자본이 다시 국내시장에 들어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대어'로 꼽히는 ING생명

지난해 ING생명은 중국계 자본과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MBK 측이 중국 현지를 방문해 인수 후보자들과 직접 가격 협상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매각은 실패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류 규제 등에 나서자 유력 후보군이었던 중국계 자본이 포기한 것이다.

대신 ING생명은 올해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몸집을 키웠다. MBK의 ING생명 보유지분은 59.15%로 지분 가치는 2조6천억 원을 넘은 상황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이 3조5천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에서는 ING생명의 상표권 사용 기간이 내년에 만료되는 만큼 MBK가 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KB금융이 꼽힌다. KB금융은 2012년 ING생명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공격적인 M&A 전략에 따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은 앞으로도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지난달 연임 확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A는 기회가 나면 글로벌이든 국내든 전략에 부합하면 하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 M&A 등을 통해 보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KB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3억 원, 자산규모는 9조710억 원으로 국내 25개 생보사 가운데 17위에 그치고 있다.

◇ 자본확충 '난항' 중소형 보험사도 매물 후보로 거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는 보험사들도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KDB산업은행은 2014년 두 차례, 지난해 한 차례 등 KDB생명보험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불발됐다. 산은이 수차례 매각을 시도할 정도로 의지가 있는 유효 매물이다.

다만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하락 등으로 자본확충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이에 KDB생명은 대주주인 산은에 5천억 원대 증자를 요청했지만, 산은은 증자 외 다른 방안도 검토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가 538억 원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해도 정상화 가능성이 작아 추가적인 자구안을 요구한 것이다.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되더라도 산은의 KDB생명 투자원금이 1조3천억 원가량에 육박하는 만큼 마땅한 인수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손보사 가운데는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이 M&A 매물 후보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출범 계획에 따라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와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호텔롯데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을 4년 안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이 3%대에 그치고 있는 롯데손보의 상황도 녹록지는 않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72억 원이며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159.14%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턱걸이한 수준이다.

이에 최근 후순위채 900억 원 발행에 나섰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RBC비율이 115.6%로 떨어진 MG손보의 경우 대주주로부터 유상증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매각설에 휩싸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MG손보의 대주주인 자베즈제2호유한회사를 상대로 한

500억~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를 결이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대주주가 자본확충을 진행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한 후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손보사의 경우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이 생보사보다 적고 자동차보험 등 손해율 개선으로 실적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생보사만 보유한 신한금융지주 등의 금융지주사가 손보사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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