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12일 금융회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검사·제재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금융회사들의 '눈치 보기'는 더욱 심화하는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존 수년간에 걸쳐 나왔던 검사 효율화 방안과 별다를 바 없는 재탕에 불과해 고강도 쇄신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검사·제재 업무 전반에 관한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각 업권의 임원들이 모여 검사·제재 업무 전반에 관한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

유광렬 수석부원장은 "TF 내 현장자문단과 권역별 협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도 방안을 보고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며 "감독과 검사의 기본 틀을 완전히 새롭게 혁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제재 혁신안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대부분이 그동안 금융당국이 검사·제재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발표했던 내용과 중복된다.

금융당국이 창구지도 등 그림자규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진웅섭 원장 시절부터 금융개혁 일환으로 꾸준히 추진해 오던 사안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15년 10월 발표한 그림자규제 개선 방안에 따르면 금융사가 행정지도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반영하고, 금감원이 관련 공문을 전수 점검해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업권의 의견을 청취하고 피드백을 하겠다는 부문도 당시 내용과 일치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CEO 간담회를 열거나 임원들을 불러 사전협의라는 형식으로 당국의 입장을 전달하면 안 들을 수 있겠느냐"며 "그동안 그림자규제 안 하겠다고 반복해 왔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자산운용 등록 심사 전담반을 신설해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자문·일임사 등록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부분도 지난 9월 이미 발표했다.

금융상품 약관 심사를 사후보고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2016년 업무계획에 포함돼 있던 것과 똑같으며, 검사 중복 자료 요구를 최소화하는 등 금융사의 수검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안 역시 매년 검사·제재 개혁안에 담겨있던 내용이다.

금융회사 제재에 있어 제재 대상자의 권익 보호 방안도 재탕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심제나 직권재심제도의 경우 기존에 있던 제도지만 효율성 등을 이유로 활용되지 못하거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심제는 지난 2013년 대심제를 시범 실시했으나 제재심의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는 등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중단된 바 있다.

지난 9월 감사원은 금감원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금융회사와 임직원의 제재 관련 직권재심이 이뤄진 경우가 미미해 사후 관리에 부실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권익보호관 제도를 신설한다는 것 역시 지난 9월 TF 첫 회의에서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고 이미 밝혔던 내용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부실 시 대주주·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징계를 강화한다는 것도 카드사 정보유출과 KB사태 등을 겪으면서 금융당국이 수차례 강조해왔던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매년 금감원 업무보고나 원장이 바뀔 때마다 발표하는 혁신안과 별다를 바 없는 것 같다"며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수개월 간 논의한 내용치고는 새로운 게 하나도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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