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창구를 통한 구두지도 등 '보이지 않는 손'이었던 그림자규제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또 제재대상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대심재(對審制)를 전면 도입한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검사·제재 업무 전반에 관한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

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TF는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명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박정림 KB국민은행 부행장, 권용범 농협 생명 경영기획본부장, 김대환 미래에셋대우 경영혁신부문 대표, 손기용 신한카드 부사장이 참여했다.

금감원은 우선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행정지도 등의 형태로 금융사를 옥죄던 그림자규제 관행을 개선키로 했다.

그림자규제는 명시적인 법규는 아니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규제로 인식하므로 금융당국이 이런 규제를 앞으로 가급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대외발송된 일반공문 중 행정지도 해당 여부를 매년 발송 부서가 자체점검하고 독립부서인 법무실이 적정성 여부를 재확인하는 등 비명시적 규제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감독제도 개정 시 금융회사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피드백해주는 공개협의안 절차도 운영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은행 리스크규제 부문부터 우선 적용하고 향후 타 업권·업무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상품 약관 심사를 사후보고로 전환하고 검사자료 요구를 최소화하는 한편, 견책 이하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재의 경우 제재심위원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검사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금융회사 제재에서도 대상자 권익보호안을 대폭 강화했다.

제재심의위원회에 대심제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대심제는 제재심의위원들이 제대로 된 진실 파악을 위해 피조치자와 금감원 검사국을 대질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금감원은 지난 2013년 대심제를 시범으로 했으나 제재심의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는 등 효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중단된 바 있다.

금감원을 이를 보완해 대심제 운영방식 및 제재심의 구성 변경, 심의 대상 조정 등 세부운영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금융회사를 제재할 때 금융회사 편에 서서 금융회사를 변호하는 권익보호관 자리를 신설한다.

금융회사와 임직원이 검사 결과 지적 사항에 대해 권익 보호를 신청하면 권익보호관이 제재심의위원회에 배석해 그 입장을 대변해준다. 금감원은 검사·제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권익보호관은 금감원 직원이 아닌 외부인사로 임명한다는 방침이다.

고동원 TF 위원장은 "법규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즉각 실천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법규개정 필요 사항은 금융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번 혁신안을 통해 금감원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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