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국내 어떤 그룹보다 인색하다. IMF 외환위기 직후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에는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인수해 현대제철로 키우고 현대건설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이른바 굵직한 '빅딜'이 없다. 공격적인 M&A 대신 ICT 분야와의 기술협력과 투자, 공유경제에 기반한 모빌리티 비즈니스 개발에 역점을 둔 영향이다.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나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에 공동으로 참여한 SK그룹 등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과 다르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 M&A 보다는 IT·ICT와 기술협력 강화

1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6월 현대모터스튜디어고양에서 열린 코나 런칭행사에서 다른 메이커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정 여부에 대해 "현재로써는 자동차 메이커를 인수하거나 그런 계획을 진행하는 게 없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 메이커보다 IT와 ICT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M&A보다 미래 IT, ICT 회사와 자동차의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 시대에 대비해 많은 IT와 ICT 기업과 제휴를 하고 친환경차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와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업체에 대한 M&A보다는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한 스타트업과의 제휴 및 기술협력, 투자 등을 통해 앞으로 먹거리에 대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올해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북미 복합운송업체인 '아이티에스 테크놀로지앤로지스틱스(ITS Technology & Logistics)' 인수에 나서고, 카셰어링 사업의 일환으로 AJ렌트카 지분매입을 검토하는 정도가 M&A 실적의 전부다.

◇ 기술협력 통한 미래형 커넥티드 카 개발

대신 현대차그룹은 최근 들어 미래의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울러 공유경제를 미래 신사업을 위한 사업모델로 선정하고 사업기반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를 이동수단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삶의 중심에 두고 미래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대차는 연결된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친환경 이동성 등을 미래 이동수단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신설한 데 이어 실리콘밸리에도 미래 혁신기술 요람은 '크래들'을 설립했다.

또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과 국내 카이스트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차세대 신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글로벌 컨소시엄 업무협약도 맺었다.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과 연계해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중국의 최대 인터넷 서비스기업인 바이두와도 협업을 통해 개발한 커넥티드 카 관련 기술을 향후 자동차에 탑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핵심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공통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 공유경제 추진…카셰어링 사업 시동

아울러 올해 현대차그룹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공유경제에 무게를 두고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4월부터 현대캐피탈과 손잡고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차량을 배달해주는 '딜리버리 카셰어링(딜카)' 서비스를 개시했다.

나아가 현대차는 카풀 서비스기업인 '럭시(LUXI)'와 카풀 알고리즘·시스템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차량공유 기술뿐 아니라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무인 배달차량 등의 미래 혁신기술개발에도 협력할 방침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카셰어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현대캐피탈이 중소 렌터카업체를 기반으로 딜카를 시작했고, 현대차그룹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딜카의 무인화와 자율주행 개발이 결합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공유경제를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했다"며 "최근 현대차그룹의 렌터카업체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카셰어링 사업적인 측면에서 검토됐던 내용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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