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올해 롯데그룹은 두 건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유증을 타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사업부 인수 등의 큰 변화보다는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중장기적인 해외 먹거리 사업의 기반을 닦는데 M&A를 활용했다.

◇ 인도·러시아, 올해 전략거점 부각

1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해 M&A는 두 건이 성사됐다. 최근 몇 년에 비하면 숫자상으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 이외의 지역에 전략 거점을 마련한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11월 인도 서북부 지역 아이스크림 업체 '하브모어'(HAVMOR)의 지분 100%를 1천64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브모어는 인도 서북부 지역의 중심 도시인 구자라트(Gujarat)주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제조·판매회사로 1944년 설립돼 73년의 역사를 지닌다.

인도 서북부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현재 아이스크림 전문점 사업도 함께하고 있다.

하브모어는 자산 450억원, 직원수 960여명 규모로 현재 150여종의 제품을 3만여개 점포에서 판매한다. 아이스크림 전문매장도 112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자체적으로 해외 매출액을 6천억원 수준에서 2022년까지 1조9천억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해외 매출액 1조9천억원 가운데 6천억원은 M&A를 통한 외형 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베트남 제과회사 '비비카'를 인수해 시장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고 2008년에는 벨기에 명품 초콜릿회사 '길리안'을 인수해 유럽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2013년에는 카자흐스탄 1위 제과기업 '라하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롯데제과의 해외 진출은 중국 이외의 시장을 공략하려는 그룹 전체의 전략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상사는 지난 1일 현대중공업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 농장에 대한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호텔롯데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유일한 5성급 호텔인 현대호텔(블라디보스토크 비즈니스센터)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본계약 체결했고 롯데상사는 연해주 지역에서 서울시 면적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3천만평 규모의 토지경작권, 영농법인에 대한 인수계약을 맺었다.

두 건 모두 기업결합 신고 등 절차를 거쳐 내년 2월 이전에 거래가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인수금액은 총 865억원 수준이다.

롯데 관계자는 "서비스, 유통, 화학 등 우리가 잘하고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의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롯데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증진하기 위해 해외 이머징마켓에 대한 직접 진출, 해외 유망기업의 M&A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동빈 회장 체제 거침없는 인수합병…中 의존도 바뀌나

롯데그룹은 신동빈 현 회장이 경영일선에 뛰어든 이후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확장이 확대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신동빈 회장은 당시 롯데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취임한 뒤 하이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KT렌탈 등 국내외 크고 작은 M&A 30여건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경영활동으로 인해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장에 취임할 당시인 23조원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92조원을 넘어서는 등 4배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사드 후유증으로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된 시기이기도 하다. 지주회사로 출범한 이후 핵심이 되는 롯데쇼핑의 실적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중국 롯데마트 점포에 대한 영업중단 조치와 '금한령'에 따른 면세점과 호텔의 매출 하락, 선양과 청두 복합단지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등을 합쳐 직간접적인 피해 규모만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112개의 점포 중 87개의 영업이 중단됐고 영업 중인 12개 점포의 매출도 80% 이상 급감했다.

현재 롯데는 중국 내 롯데마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이는 사업개편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마트 부문의 중국 철수를 더 늦기 전에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면 사드 이슈가 아니더라도 구조적으로 회생이 어려운 구조가 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 철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여타 지역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1조4천억원으로 중국 마트의 매출을 넘어섰고 올해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인구가 각각 2억6천만명, 1억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롯데가 성장을 추구할 시정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msbyu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