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LG그룹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야는 자동차 전장사업과 에너지 솔루션 사업이다. 이 두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1조원대 '빅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노리고 있다.

올해 LG그룹의 기업 인수·합병(M&A)에서는 LG생활건강과 LG유플러스의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주목을 받았다. 각각 더마코스메틱 사업과 음악 콘텐츠 사업으로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 자동차 전장사업 '올인'…1조원대 M&A 도전

13일 재계와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13년 자동차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C 사업본부를 출범시킨 이후 자동차 전장사업에 투자를 확대했다. 올해만 VC 사업본부에 5천44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자동차 전장은 텔레매틱스(자동차 무선통신 기술),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장치), 디스플레이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다양한 전기·전자 부품 장치를 말한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스마트카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자동차 부품 관련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올해 자동차 전장 사업을 키우기 위해 숨 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6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ADAS(지능형 주행보조시스템) 카메라 공급 사업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VC 사업본부 인천 캠퍼스 증설, 미국 디트로이트 전기차 부품 공장 설립 등 연이어 투자 소식을 발표했다.

특히 좀처럼 대형 M&A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LG전자가 ㈜LG와 공동으로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ZKW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전장 사업 확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ZKW는 세계 최대 차량용 조명 제조업체로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GM,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를 고객사로 갖고 있다.

LG그룹은 이 딜에 참여하기 위해 1~2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인수 금액은 약 1조3천억원으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LG그룹 역사상 최대 M&A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VC 사업본부는 연간 매출액 4조원에 달하는 사업부로 성장했다"며 "ZKW 인수로 사업부 가치가 제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장사업은 LG전자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차량용 카메라 모듈), LG하우시스(자동차 원단) 등이 이미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 신성장동력 에너지 사업…LG전자·LG화학 주도

에너지사업 역시 자동차 전장 사업만큼 LG그룹이 공을 들이는 신성장 분야다.

LG전자는 2014년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해 태양광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구미 사업장에 2018년 상반기까지 5천272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LG화학은 세계 1위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1위 ESS 기업인 AES 에너지 스토리지(AES)와 이 분야 최초로 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AES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구축하는 전력망용 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으로 향후 사업 규모에 따라 배터리 공급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동부팜한농 인수와 올해 LG생명과학 흡수합병 역시 기존 에너지 사업과 바이오 분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사업 재편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도 지난 7월 미국령 괌에 40㎿ 규모의 ESS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에너지 사업에 대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 LG생건·LGU+, 새 먹거리 위한 M&A '눈길'

그룹 주도의 신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떨어지지만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한 개별 계열사들의 M&A 투자도 눈에 띈다.

먼저 LG생활건강은 지난달 태극제약 지분 80%를 446억원에 사들였다. 태극제약은 기미·주근깨 치료제인 '도미나 크림'으로 유명한 업체다.

이번 인수는 더마코스메틱(피부과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다. M&A의 귀재로 불리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더페이스샵 인수, 에버라이프 인수 등 굵직한 딜을 통해 화장품 사업을 키워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KT뮤직(현 지니뮤직)의 지분 15%를 267억원에 전격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분 투자를 계기로 LG유플러스와 KT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음악 콘텐츠 사업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이 지분 투자는 통신업계 경쟁사 사이에 이뤄진 거래로 성사 당시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과거 가입자 쟁탈전에만 몰두했던 업계 패러다임이 협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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