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롯데면세점이 사드(THAAD)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면세점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롯데가 주춤하는 사이 업계 2위 호텔신라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매출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데다 뒤를 쫓는 신세계 역시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1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지난 12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사진)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로써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향수 면세점 사업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호텔신라의 해외매출은 5천억원으로 국내 면세점 사업자 중에서는 가장 많다. 내년 상반기에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이 그랜드 오픈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 국내 면세점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연간 해외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면세점은 내년 1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 오픈과 함께 DF1(향수·화장품)에서도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매출 증가율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의 영업실적도 상당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매출이 지난 7월 38억원에서 8월 45억원, 9월 48억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4분기에도 평균 일매출이 4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9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다.

여기에 신세계조선호텔이 면세사업을 분할해 신세계면세점글로벌(가칭)을 설립하고, 그룹내에서는 면세사업을 신세계디에프로 일원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통합작업으로 경영 효율화를 이루고 내년 말에는 시내면세점(강남)을 추가함으로써 신세계그룹의 면세사업은 규모 면에서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신세계의 면세사업은 2020년까지 3조원을 돌파해 업계 2위 신라면세점을 위협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면세점업계 2위와 3위인 호텔신라와 신세계가 선전하는 사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중국 정부의 쇼핑금지 조치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추가적으로 매출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이유로 롯데는 중국 관광객 감소에 따른 타격을 동남아시장에서 만회하겠다는 포석을 구상하고 있다. 롯데가 베트남 다낭공항점에 이어 베트남 나트랑 국제공항 신터미널 면세점을 내년 상반기에 개장하기로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다만, 올해의 경우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사드 후폭풍으로 40% 후반에서 40%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롯데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나, 자칫 롯데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전반적인 면세점시장의 경쟁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와 신세계의 면세사업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롯데가 시장점유율을 다시 높이기는 쉽지 않은 구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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