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90%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대거 물갈이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9명 가운데 26명의 임기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끝난다.

최초 임기 2년을 채우거나 연임 임기(1년 단위)가 끝나는 사외이사들이다.

이 중 한 번 이상 재선임돼 교체 검토 대상인 사외이사도 20명이나 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 사외이사는 통상 2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이후 1년씩 연임이 가능하고 최장 6년까지 임기를 채울수 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장인 이상경 사외이사는 2012년 최초 선임된 이후 6년을 꽉 채워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나금융 박문규 사외이사도 2013년 3월 선임된 후 5년째 사외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윤종남 이사회 의장과 송기진 사외이사도 4년째에 접어든다.

KB금융 사외이사 7명 중 6명의 임기는 내년 초 끝난다.

KB금융은 지난해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따라서 올해 1~2명 이상이 교체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외이사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임기와 함께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CEO)가 연임에 성공하면 사외이사들도 대부분 1년 이상 임기가 연장되는 식이다.

연임을 지지해준 사외이사에게 일종의 댓가성으로 임기를 연장해 자리를 보전해주는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지주 회장이 회추위에 참여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그 사외이사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소위 '회전문 인사'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문제를 일으키는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사외이사가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지주의 이러한 사외이사 선임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사외이사가 업무를 얼마나 공정하게, 최고경영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한다며 "사외이사 후보군을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서 운영하고 사외이사가 필요한 기관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하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공정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고 강도높게 비판을 한 바 있다.

'신(新) 관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이러한 스탠스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감원도 금융회사 지배구조 검사·제재를 강화하겠다는 혁신안을 내놓은터라 금융지주 회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가 투명성 제고를 위해 주주총회 의결권이 있는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처럼 고액 연봉을 받으며 짭짤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자리가 없다"며 "1년이라도 더 오래 하고 싶은 게 사외이사 자린데 보수·역할 등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CEO와의 직간접적 유착을 끊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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