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정부가 13일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정책의 내용은 물론 형식 구성에서도 집주인과 세입자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

정부가 이날 배포한 자료를 보면 집주인을 염두에 둔 임대사업 등록 활성화는 여섯 쪽에 걸쳐 상세하게 기재된 반면, 세입자 보호 강화는 단 한쪽에 그쳤다.

집주인인 다주택자는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임대소득 연 1천333만원까지는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초과하더라도 연 2천만원 이하면 최대 75%까지 감면받는다.

연간 2천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더라도 8년 임대를 선택하면 소득세는 1년에 겨우 7만원만 내면 된다.

지난 8·2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겠다고 밝혔지만 8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가뿐히 피해갈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도 배제해 주고 임대소득이 연 2천만원 이하면 건강보험료 인상분도 40~80% 감면한다.

세입자 보호는 전세금 반환보증 활성화, 집주인의 계약갱신거절 통지 기간 1개월 연장, 집주인의 동의 없는 임대차분쟁조정 개시, 소액보증금 보호 강화 등이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는 도입 초인 2014년 5천884가구, 2015년 3천941가구, 2016년 2만4천460가구, 2017년 11월까지 3만9천245가구가 가입했다. 전체 세입자 가구의 1%도 가입하지 않아 사실상 실패한 정책을 재탕했다.

계약갱신 거절 기한을 고작 1개월 늘린 것으로 세입자가 얼마나 보호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소액보증금 보호는 금액을 얼마나 올리겠다는지 숫자도 제시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제시했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은 임기 내 도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임대등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2020년 이후로 미뤘기 때문이다.

정부는 등록임대주택 확대가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강변했지만 정부 추정에 따르더라도 등록임대주택 비율은 2022년에야 45%에 도달한다.

2016년 기준 등록임대주택 거주 가구 비율이 23%이니 고작 22%포인트 늘어나는데 등록임대주택비율이 45%까지 늘어나더라도 절반 이상의 임차가구가 미등록 임대주택의 그늘에 남는다.

이번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 발표 전까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촉구했던 시민단체는 대선 공약의 대폭 후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임대등록 의무화를 2022년까지 45% 수준으로 올리겠다는데 지금이 23%니까 늘어나는 것도 20% 수준이고 2022년이라도 55% 는 적용 못받는 상황이다"며 "이것은 사실상 공약의 후퇴다"고 비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두차례나 늦추며 나온 주거복지대책이 먼저 나온 것은 민간 업자의 사업물량을 채워주기, 두번째는 임대사업자 달래기 대책이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다주택자 세제 혜택만 가득하고 세입자 보호 방안은 전혀 새로운 게 없다"며 "도저히 주거복지로드맵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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