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유가가 나흘 만에 반등했음에도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4bp 내린 2.153%에서 거래됐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밀린 1.344%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거의 변화가 없는 2.724%에서 거래됐다.

채권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유가 움직임을 주목하는 가운데 독일 국채수익률 하락,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고용 지표 등으로 소폭 상승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유가 하락 속에 장기물은 올랐지만, 단기물은 내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금리 전략가들은 독일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미 국채에 대한 매력을 부각했다며 또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신규 실업보험청구자수도 국채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오후 1시에 3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입찰도 주목받았다.

최근 유가 하락이 물가 상승 기대를 낮춰 TIPS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TIPS가 요즘 가격 급락으로 매력적인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채권시장의 물가 전망 지표인 5년 물가 기대율이 지난 1분기 2% 선을 웃돌다가 1.78%로 내렸다.

이후 유가가 사흘째 내림세에서 반등하면서 국채가가 반락했다.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지난 2주간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했지만, 역대 낮은 수준을 유지해 고용시장 호조세를 해칠 정도는 못 됐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3천명 늘어 24만1천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24만명이었다.

지난 10일로 끝난 주의 실업보험청구자수는 23만7천명이 23만8천명으로 상향 수정됐다.

변동성이 적은 4주 이동평균 실업보험청구자수는 1천500명 늘어난 24만4천750명을 보였다.

지난 10일로 끝난 주간까지 일주일 이상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의 수는 8천명 늘어난 194만4천명을 나타냈다. 3주째 증가세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안다"며 "그래서 그들은 다른 대안이 생길 때까지 현재 직원을 붙잡아두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3% 상승했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밝혔다.

선행지수는 지난 4월에도 0.3% 상승했다. WSJ 집계치는 0.3% 상승이었다.

5월 동행지수는 0.1%, 후행지수도 0.1% 올랐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5월 선행지수 상승은 미 경제 성장률이 올해 남은 기간 장기 추세인 2%에서 유지될 것 같다는 의미이다"며 "개선세는 주택착공 허가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부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TIPS 입찰 수요 호조 속에 유가 오름폭 축소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의 비둘기 발언에 낙폭을 다시 줄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1센트(0.5%) 상승한 42.7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는 미국 원유재고 감소와 최근 급락에 따른 반작용 등으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올해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한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라드 총재는 "연준 위원들이 2년 6개월 안에 연방기금 금리를 3%대까지 인상한다고 전망했는데, 금리 전망 경로가 불필요하게 공격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불라드 총재는 또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물가 둔화 범위가 기존 예상보다 광범위하다"라고 진단하고, 10년물 국채수익률이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50억달러 어치의 30년 만기 TIPS를 연 0.880%에서 발행했다.

입찰에서 전반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응찰률은 2.83배로, 2011년 10월 이후 가장 강했다. 해외 중앙은행 등의 간접 낙찰률이 76.1%로 2016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 직접 낙찰률은 8.4%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 부진 등으로 TIPS 가격이 싸진 측면이 있는 데다 제로(0) 밑으로 떨어진 유럽이나 일본 국채에 비하면 미 국채에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목마름이 해외투자자들한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30년 만기 일반 국채와 동일 만기 TIPS의 수익률 차이(BER, breakeven rate)가 1.85%포인트로 입찰 전의 1.83%포인트에서 벌어졌다.

또 미국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현행 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트럼프케어' 법안을 공개했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와 상원 처리에 진통이 예상되는 점도 국채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케어 법안은 이날 헬스케어업계에 우호적이라며 뉴욕증시에서 관련 업종을 오르게 하기도 했다.

알리안츠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는 "이날 나온 트럼프케어 법안의 초안은 전체 개혁이 얼마나 걸려야 실행될지에 관한 우리의 기존 견해를 거의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략가들은 TIPS 입찰에서 수요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성장과 물가에 대한 시장과 연준의 시각차가 여전할 뿐 아니라 연준 내 시각차 커지고 있음을 주목했다.

이날 금 가격은 달러화 보합세에도 연준 내 시각차 확대를 이유로 0.3% 올랐다.

레이몬드제임스는 "연준은 물가가 오른다고 말하지만, 채권시장은 반대 견해를 가지고 채권수익률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US뱅크웰쓰매니지먼트의 댄 헥맨 선임 전략가는 "물가 전망에 관해서 불확실성이 크다"며 "TIPS는 현 수준에서 매력적인 가격이었다"고 말했다.

헥맨은 이날 입찰은 연기금 같은 투자자들이 보유 부채와 만기가 일치하는 높은 신용등급의 자산을 찾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날 불라드에 이어 전일 필라델피아 연은의 패트릭 하커 총재는 연준이 자산 축소를 시작하기 전에 금리인상을 일시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 연은의 찰스 에번스 총재와 미니애폴리스의 닐 카시카리 총재도 최근 물가지표 둔화를 근거로 올해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재닛 옐런 총재와 뉴욕 연은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낮은 실업률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필립스 곡선 이론을 강조하면서 올해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오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금리 25bp 추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25~1.5%가 될 가능성을 9월과 12월에 각각 14.5%와 40.4%로 반영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주 880억달러의 국채를 입찰한다고 발표했다. 26일 2년 만기 260억달러, 27일 5년 만기 440억달러, 28일 7년 만기 280억달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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