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구조조정과 신사업 확보를 위해 분주했다.

14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현대삼호중공업 사전 기업공개(PRe-IPO, 4천억원)와 현대호텔 지분 매각(2천억원), 연해주 농장 및 러시아호텔 매각(870억원),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3천500억원) 등으로 1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아울러 금융업 철수 방침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해 내년 3월까지 4천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6월 발표한 3조5천억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을 초과 달성했다. 직접 현금 유입 효과가 없는 경영합리화를 제외한 순수 유동성 유입만 현재까지 2조6천억원. 하이투자증권, 현대중공업 지분 4.8%(현대미포조선 보유분) 매각까지 완료하면 9천억원의 추가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히 자산 매각 등으로 통해 유동성만 확보한 건 아니다.

오히려 올해는 사업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체질 개선을 도모했다는 게 현대중공업그룹 안팎의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 인적 분할을 통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로보틱스의 최대 주주가 되는 가운데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오일뱅크 등을 계열사로 두는 구조다.

이들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은 분할 후 첫 유상증자를 통해 총 6천4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시장은 두 회사의 성장성에 베팅했고, 100%가 넘는 청약률로 화답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번에 확보한 3천788억원으로 중국과 인도 생산법인을 인수하고, 신기술 연구개발 강화, 핵심부품 내재화, 글로벌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신뢰성 센터 설립 등에 활용한다.

그룹 관계자는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중국, 인도법인을 편입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대부분의 자금을 스마트 팩토리 구축, 중저압 차단기 공장 신설에 사용한다. 이를 통해 연간 5천억원대의 매출 증대를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의미가 있는 인사도 단행했다.

권오갑 부회장은 미래사업을 발굴하고 사업재편에 전념하는 지주회사(현대로보틱스) 대표이자 그룹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그룹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가 신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이동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기획 하에 한 계열사가 불황에 빠진 조선업을 대신할 만한 '깜짝'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너가인 정기선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이는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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