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광풍에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자 가상계좌 제공 등의 서비스를 해 오던 시중은행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가상계좌와 해외송금 등을 통한 서비스 확대를 검토해 오던 은행들이 투기 열풍을 부추기는 한 축이 되고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물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앞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신규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중 가장 규모가 큰 빗썸을 비롯해 코빗, 이야랩스 등 세 곳의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2순위 거래소인 코인원은 산업은행과 업비트와 야피안은 각각 기업은행, 우리은행과 계약해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의 가상계좌는 비트코인 거래의 핵심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가상계좌를 모두 소진하면 추가 고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코인원과 계약한 농협은행은 현재까지 신규 계좌발급 중단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규제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의심거래 보고 의무 등을 강화해 대응할 것"이라며 "관련 서비스를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나갈 예정이라 당장 거래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일 정부는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가상화폐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화폐 계좌개설과 거래를 막고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지분투자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는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며 거래소 인가 계획이 없음을 밝혔을때만 해도 시장은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에 주력한 정부의 긴급 대책은 시장으로부터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시장을 새로운 신규사업으로 내다봤던 은행들은 관련 서비스 중지를 검토하며 일보 후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가상화폐 금고 서비스를 검토하던 은행들도 일단은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사실상 블록체인으로 인식돼 디지털금융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온 은행에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하지만 금융당국 등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어 현재로썬 어떤 서비스라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수익 비중을 높여가는 국내 은행이 정부 방침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그만큼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코리아 프리미엄이란 말이 나오는 것처럼 가상화폐는 거스를수 없는 추세라 국내 시장만 규제한다고 잡히는 시장은 아니다"며 "오히려 시스템 개발을 통해 불법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활용을 다시 검토해 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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