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내년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공산이 커지면서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과 시장금리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전일까지 이틀에 걸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1.50%로 25bp 인상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에는 금리가 3번 인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한국은행은 올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25bp 인상한 후 내년에 1차례 정도만 기준금리를 올릴 공산이 크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한국을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10월 한은 국정감사에선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외자유출 문제가 국회의원들의 집중 질의 사항이 됐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자본 유출입은 내외금리 차만 갖고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돼도 국내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이 총재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기 상황이라면 몰라도 평시에 소폭의 정책금리 차이만을 고려해 국경을 넘어 자금을 옮기기는 쉽지 않다"며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한미 정책금리가 50bp 정도 역전되는 것은 감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이너스 스와프 레이트가 심화하면서 한미 금리차 축소 및 역전에 따른 부담을 다소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장기채권의 높은 캐리 매력과 양호한 수출 환경 속 원화 가치 안정성 등은 외국인 자금 유입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후 단기 시장금리 움직임과 관련해선 한국보다는 미국에서의 시장금리 상승 여지가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1.786%인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서 2% 중반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의 단기 시장금리는 미국보다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 속도로 인해 상승 여지가 크지 않다.

정의민 연구원은 "기준금리 대비 통안채 2년 금리 스프레드는 50bp를 넘는 수준으로 이미 한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어서 단기 시장금리 상승 압박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2005~2007년에는 이런 전망과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2005년 8월부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기 시작했고, 2007년 9월까지 지속됐는데 한미 단기 시장금리 역전 현상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때에 나타났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책금리 역전 기간에 국고채 금리는 등락을 거듭했다"며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금리 역전으로 인한 시장 방향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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