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 상품이 많아졌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시장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 반도체까지 합치면 75%를 한국 업체가 차지한다. 반도체 시장 조사기관 IC 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 사업부는 올해 2분기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인텔을 제쳤다. 인텔은 1992년부터 매년 세계 1위 기업이었다. LG 디스플레이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1위 기업이다. 미국 전자 제품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에 가면 LG와 삼성 TV가 소니를 제치고 앞에 전시됐으며 코스트코나 홈디포에서는 한국 세탁기와 냉장고가 인기다.







<그래프 설명 :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추이>



한국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것에 비해 금융은 존재감이 없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나라가 대외 순 채권국이 된 것만 해도 상전벽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 자본이 해외에서 사들인 자산이 급증하고, 외국인의 한국 자산 거래가 많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한국 금융의 위상은 볼품없는 셈이다. 2017년 9월 말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1조3천894억 달러, 대외금융부채는 1조1천265억 달러였다. 20년 전인 1997년에는 각각 1천177억 달러와 1천823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기간 순 대외금융자산은 마이너스(-) 645억 달러에서 플러스(+) 2천629억 달러로 바꿨다.







<그래프 설명 : 한국 순대외금융 자산 추이>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이나 방송에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MUFG), 노무라 등 일본계 금융회사의 투자 전략가들이 외환시장, 미 국채에 관해서 내놓는 분석과 전망이 자주 실린다. 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나 유럽계 도이체방크 등과 동등하게 자기 논리를 펴는 것이다. 이는 일본 금융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려주는 일도 한다. 일본 은행은 덩치도 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마켓 인텔리전스의 세계 은행 자산 순위에서 MUFG는 2조5천895억 달러로 5위에 자리매김했다. MUFG 위로 1~4위는 모두 중국계다. 한국계는 신한금융지주가 3천285억 달러로 75위 했다.







<그래프 설명 : 세계 100대 은행 순위 중 1위부터 10위까지>



정부는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은 금융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1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 정책은 '한국형 투자은행(IB) 육성'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서울에 있던 다수의 해외 금융회사가 떠났으며, 세계에서 한국 금융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고 할 만한 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시각이 180도 바뀐 영향도 있다. 금융은 성장과 확장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가 1974년 첫 투자 이후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이 되기까지 40년 이상이 걸렸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자본의 해외투자가 자양분으로 계속되는 한 한국 금융의 성장도 낙관해볼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적자 전환 시기는 2044년으로 추산된다. 30년도 남지 않았다. 한국 금융도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 밑그림을 그려볼 때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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