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 설명 :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추이>
한국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것에 비해 금융은 존재감이 없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나라가 대외 순 채권국이 된 것만 해도 상전벽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 자본이 해외에서 사들인 자산이 급증하고, 외국인의 한국 자산 거래가 많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한국 금융의 위상은 볼품없는 셈이다. 2017년 9월 말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1조3천894억 달러, 대외금융부채는 1조1천265억 달러였다. 20년 전인 1997년에는 각각 1천177억 달러와 1천823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기간 순 대외금융자산은 마이너스(-) 645억 달러에서 플러스(+) 2천629억 달러로 바꿨다.
<그래프 설명 : 한국 순대외금융 자산 추이>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이나 방송에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MUFG), 노무라 등 일본계 금융회사의 투자 전략가들이 외환시장, 미 국채에 관해서 내놓는 분석과 전망이 자주 실린다. 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나 유럽계 도이체방크 등과 동등하게 자기 논리를 펴는 것이다. 이는 일본 금융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려주는 일도 한다. 일본 은행은 덩치도 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마켓 인텔리전스의 세계 은행 자산 순위에서 MUFG는 2조5천895억 달러로 5위에 자리매김했다. MUFG 위로 1~4위는 모두 중국계다. 한국계는 신한금융지주가 3천285억 달러로 75위 했다.
<그래프 설명 : 세계 100대 은행 순위 중 1위부터 10위까지>
정부는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은 금융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14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 정책은 '한국형 투자은행(IB) 육성'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서울에 있던 다수의 해외 금융회사가 떠났으며, 세계에서 한국 금융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고 할 만한 것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시각이 180도 바뀐 영향도 있다. 금융은 성장과 확장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가 1974년 첫 투자 이후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이 되기까지 40년 이상이 걸렸다.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자본의 해외투자가 자양분으로 계속되는 한 한국 금융의 성장도 낙관해볼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적자 전환 시기는 2044년으로 추산된다. 30년도 남지 않았다. 한국 금융도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 밑그림을 그려볼 때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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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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