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우울한 세밑을 보내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내년도 순이익 목표치를 올해보다 10% 삭감해 설정하는 등 대폭 후퇴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카드업계는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냉엄한 생태계에서 목표치 자체를 하향 조정하는 기업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내년 경영환경이 나쁘다는 방증이라고 토로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중 기업계 카드사 한 곳은 내년 사업계획에서 순이익 목표치를 올해보다 10%가량 낮춰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카드사는 올해 8월부터 시작된 영세 및 중소가맹점 범위 확대의 효과가 연간 단위로 적용되는 만큼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2월부터는 또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고, 카드론 등의 금리 하향 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동안 수익 방어막 역할을 해 온 대출 사업의 수익성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연체 가산금리의 하향 조정,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 차주 대상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 강화 등도 카드사를 옥죄는 규제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내년 예상되는 수수료 수익 감소 등을 반영해 현실적으로 경영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경영계획에서부터 수익의 감소를 예상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카드사를 제외하고 다른 대부분의 카드사는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고라도 올해 수준이나 그 이상의 순익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역성장을 인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적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목표 자체를 마이너스(-)로 잡고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다른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대 초 카드 사태 등 극히 예외적이었던 시점을 제외하고는 경영 계획상 목표를 전년보다 줄이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목표를 낮춰잡지 않은 다른 카드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 영세 및 중소가맹점 범위 확대가 적용되면서 카드사들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급감했다.

기저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내년 3분기 전까지는 비슷한 폭의 순익 감소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제반 비용 지출을 줄이는 노력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순익 목표치를 낮춰잡은 회사가 오히려 부럽다는 시각도 있다"며 "그만큼 내년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