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의 안정을 꾀할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전·월세 상한제의 전면 시행은 집권 후반기로 미뤘다. 우선 임대시장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자발적 등록을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임대소득이 조세(租稅)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데다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한 점, 금리인상까지 우려되는 시점에서 전·월세 상한제를 미루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10.7을 기록했다. 2년 전보다 5.8%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2.9% 올랐으니 가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서울의 전세 부담이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지난 2년간 관악구는 14% 올랐고 구로구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대문구와 마포구, 금천구도 9%대. 종로구도 7%대 중반을 보여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는다.

서울을 벗어나면 경기도 광명시가 9.3%의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분당 6.0%, 부천 7.6%에 포천·동두천·양주 등은 8%대로 역시 전국 평균 대비 우위다. 부산광역시는 부산진구(8.1%)와 동래구(7.9%)가 강세고 진주와 사천은 9%대다. 제주 서귀포시(7.4%)와 강원도 강릉시(7.3%)도 수요가 많다.

기존 집을 재계약해도 평균적으로 이 정도 부담을 안아야 하는데 새 아파트로 옮기려면 갑절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전셋값이 강세인 곳 중에는 주택 경기 회복기인 2015년에 아파트가 착공돼 이제 입주를 본격화한 지역이 다수 포함됐다. 이런 지역에는 전세를 낀 갭투자가 성행하는데 높은 전세금을 받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러한 전셋값 폭등을 방지하고자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 상승률을 최대 5%로 제한하고 임대주택을 등록한 개인 임대사업자도 같은 상승률 상한선을 제시했다. 사실상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임대주택을 등록하지 않으면 규제에서 벗어난다. 더불어 과세도 피할 수 있다.

2019년부터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 사각지대를 없애는 만큼 정부는 내년 4월에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계획했다. 그럼에도 임대주택 등록 여부와 상관없는 전·월세 상한제 전면 시행은 유보했다. DB로 임대소득이 드러나도 과세를 반년 넘게 유보하고 전셋값의 고공비행까지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수십년간 세입자 전·월세금을 올려 불로소득 사유화한 다주택자에게는 임대사업자 등록유도가 아니라 의무화하고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가 정답이다"며 "내년 4월까지 실시 예정인 임대차시장 정보인프라 구축 이후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를 실시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실시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내년에 본격적인 국내외 금리인상이 예고된 점도 문제다. 전셋값을 기반으로 한 반전세, 월세 임차인이 이중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면 전·월세 전환율도 올라가고 대출을 많이 진 집주인의 비용도 임차인에 전가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임차가구의 월세 비율이 60.5%로 지속해서 늘어났고 월세 부담이 전세금 대출이자보다 최대 2.2배 비싸다"며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월세전환율이 높은 만큼 전·월세 상환제 등 주거비용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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