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올해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이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캐리트레이드 전략이 크게 쇠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총 58개의 주요 통화 트레이딩 프로그램의 수익률을 추적하는 바클레이헤지지수(BarclayHedge index)는 올해 들어 0.6%의 수익을 나타냈다.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수익성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 글로벌 시장이 외환 트레이딩에 유리한 해였다고 지적했다.

외환 트레이딩 실적이 악화한 주요 원인은 시장 예상과 벗어난 미국 달러화 가치의 하락세가 지목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연초만 해도 달러 강세에 베팅한 헤지펀드의 투기 세력 규모는 240억달러를 웃돌았다.

이들 기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성장지원 정책이 지연되고 지지부진한 물가 압력에 금리인상의 의구심도 증폭됐다. 결과적으로 달러 지수는 연초 이후 8% 넘게 떨어졌다.

WSJ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사이 올해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던 유로화와 엔화 등의 통화 가치는 반등했다"며 "해당 지역의 경제 회복이 빨라지고,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를 투자자가 준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런 현상은 캐리트레이드라는 인기 있는 시장 전략을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유로화와 같이 금리가 낮은 곳에서 통화를 빌려 브라질 헤알과 같은 통화로 표시된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저금리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고금리 통화 가치가 오를수록 캐리트레이딩의 수익도 극대화될 수 있다.

스코샤뱅크의 야운 오스본 수석 외환 전략가는 "올해 외환 트레이딩이 실패한 원인은 투자자의 베팅과 통화 흐름이 반대로 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금리 통화인 유로화와 엔화가 각각 연초 대비 12%와 3% 올랐지만, 고금리 통화인 터키 리라화와 브라질 레알화, 남아공 랜드화 등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는 게 오스본 전략가의 설명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캐리트레이드 방식과는 반대의 시장 흐름이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WSJ은 참가자들을 인용하며 이런 실적 악화가 외환 트레이딩의 산업 구조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스본 전략가는 "외환딜러의 저조한 수익률은 업계 내 광범위한 변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며 "외환 트레이딩 영역이 더욱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더욱 많은 플랫폼 트레이딩과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보고 있다"며 "실적 악화에 대한 업계 불안감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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