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은행 등 주요은행 관련 익스포저 점검

중국은행, 완다 회사채 6월부터 축소 시작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은행 당국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5대 기업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섰다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5대 기업은 안방보험그룹, 완다(완커)그룹, 하이난항공(HNA)그룹, 복성(푸싱)그룹, 저장(浙江) 로소네리 등이다.

이미 안방보험은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당국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완다그룹과 복성그룹은 당국의 조사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복성그룹은 2015년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 회장의 실종설에 시달린 바 있다. 당시 궈 회장은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고 부호를 다투는 왕젠린 회장이 이끄는 완다그룹은 최근 미국에서 영화 관련 기업을 대거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로소네리는 지난 4월 이탈리아 축구클럽 AC밀란을 인수해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각 상업은행에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당국의 통지를 받은 은행에는 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교통은행, 광발은행 등이 포함됐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SCMP에 "지난주 해당 기업들의 해외 채무에 대한 은행의 익스포저를 점검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은감회는 지난 6월 초 은행들에 해당 기업들의 신용 익스포저를 점검하고 위험 분석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조사는 6월 6일 은감회 관계자들이 긴급 전화회의를 가진 후 이뤄진 것으로 대출 내역 뿐만 아니라 관련 보증도 점검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소식통은 WSJ에 5대 기업의 레버리지 상황과 위험을 평가한 후 이를 당국에 보고해야 했다며 이를 통해 은행이 해당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일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은감위 관계자는 조사 사실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으나 대형은행들은 체계적 위험과 관련해 당국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장 몇몇 은행들은 관련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해당 기업의 회사채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날 선전에 상장된 완다시네마의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하고, 완다그룹의 회사채 가격도 급락세를 겪었다. 선전거래소에서 완다시네마의 주식은 거래 중지됐다.

복성그룹의 상장사인 복성제약의 주가도 8% 이상 하락했으며 HNA그룹의 홍콩 상장사인 HNA홀딩그룹의 주가는 6%가량 하락했다.

중국은행은 완다가 발행한 회사채를 '위험' 등급으로 분류해 6월 초부터 축소하기 시작했다. 중국건설은행도 HNA 그룹에 대한 익스포저에 경계를 확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들 5대 기업은 해외 M&A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 대표 기업들이었다.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로소네리를 제외한 4대 기업은 2015년 초 이후 해외 M&A에 총 57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는 해당 기간 중국 기업의 전체 해외 M&A 규모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주요 기업들의 해외 M&A가 중국 내 자본유출을 확대한다고 우려해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는 80%가량 급감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마켓 리서치 그룹의 숀 레인 창립자는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이나 재무상황뿐만 아니라 정치 문제에서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라며 "지금이 지난 20년 중에서 가장 정치적 위험이 큰 시기"라고 말했다.

중국은 오는 가을께 예정된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금융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각종 조처를 단행해왔으며, 이번 조처도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금융 안정을 확보하려는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위안 캐피털의 브록 실버스 매니징 디렉터는 당국의 역외 자본유출 억제, 디레버리징 정책, 보험 당국 주석 해임, 안방보험 회장에 대한 조사 등은 시장 참가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체계적 금융위험을 억제하려는 당국의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과 부채 문제를 관리하는 것은 19차 당 대회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중국 경제의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도 필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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