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대서양 양쪽으로 모두 물가가 부진한 가운데 위험자산인 뉴욕증시가 반락해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7bp 내린 2.346%에서 거래됐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11월 소매판매 등 지표 호조에 하락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근원 소비자물가가 부진해 올랐다.

금리 전략가들은 전일 미국 소비자물가 부진과 다르게 이날 지표들이 좋게 나오면서 물가 상승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전략가는 "11월 소매판매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일 것이다"라며 "이는 인플레이션 부재와 수익률 곡선 평탄화 지속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추세가 확실히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동결한 후 성장률 전망치는 높였지만, 물가 전망치는 유지해 기존의 비둘기 성향 정책이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날 ECB 외에 스위스와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약하다고 말했다.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4%로, 내년은 1.8%에서 2.3%로 높였다. 또 2019년도 1.7%에서 1.9%로 조정했고, 2020년은 1.7%로 처음 제시했다.

ECB는 2020년 물가가 1.7%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 아래지만 근접한 수준을 의미하는 ECB의 목표치에 못 미친다. 아울러 1.5%인 2019년과 올해 전망치를 기존대로 유지했지만 2018년 전망치는 1.2%에서 1.4%로 높였다.

칼라모스 투자의 매트 프룬트 공동 투자 책임자는 최근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놀라운 일은 별로 없었다며 연준과 ECB 모두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중간 아래에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풀이했다.

이날 미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지난 11월 미국 소매판매가 연말 연휴 쇼핑 시즌 덕분에 시장 예상을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미 상무부는 1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3% 증가였다.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5.8% 늘었다. 이는 2011년 후 최대 11월 증가율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11월 소매판매는 1.0%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7%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11월 소매판매는 0.8% 증가했다.

내셔널 리테일 연합의 잭 클라인헨츠 수석 경제학자는 "연휴 시즌 인상적인 출발을 보였다. 아마도 지난 몇 년간 최대 호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인헨츠는 "고용시장 호조에다 임금 상승, 완만한 물가, 높아진 소비자 자신감 등이 함께 적극적인 소비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전자상거래업체들뿐 아니라 백화점 판매도 전년 대비 3.6% 늘었다.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11월 실적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경제학자는 "전체적으로 예상보다 강했다"며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계속 지출할 성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문제는 소비가 소득 증가를 웃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인들이 저축을 덜 해서, 나중에 부채 증가나 소비 둔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네이션와이드의 데이비드 버슨 수석 경제학자는 "11월 소매판매는 소비자들이 고용시장 호조와 소득 증가, 가계 순 자산의 기록적인 증가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소비 증가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4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2.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3.3%를 전망하고 있다.

지난 12월 미국 제조업 업황이 11개월래 최고치로 올라섰지만, 서비스업은 15개월래 최저치로 내려선 것으로 발표된 후 국채가는 낙폭을 줄였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12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계절 조정치)는 전월의 53.9에서 55.0으로 올랐다. 위기 후 장기 추세치는 53.9다.

12월 미 서비스업 PMI 속보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4.5에서 52.4로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각각 53.8과 54.4였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지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업황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4분기 연율 2%가 넘는 국내총생산(GDP)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세제개편안 의회 통과 불확실성으로 반락하면서 반등했다.

이날 공화당의 마이크 리 상원 의원이 아동 세금 감면을 주장하면서 세제안을 지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세제안 불확실성을 촉발했다.

또 공화당 의원인 마크 루비오도 현행 세제안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전략가들은 중앙은행들이 낮은 물가의 정체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 횟수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보였다.

매뉴라이프 어셋 매니지먼트의 메간 그린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은 무엇이 물가를 낮게 지속해서 끌고 가는지 진짜로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리전스 파이낸셜 코프의 리처드 무디 수석 경제학자는 "많은 연준 위원이 물가 상승의 전조로 고용시장 호조를 강조한 것은 다소 놀랍다"며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연준이 단기적인 물가 수수께끼를 많이 걱정하지 않는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무디는 하지만 수수께끼가 지속하면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디는 달러화 가치가 크게 강하지 않는 한 채권 수익률은 낮고, 주식은 강할 것이라며 연준이 이런 상황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완연한 저인플레가 장기화할수록, 제롬 파월이 이끄는 연준 새 지도부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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