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연기금이 올해 수익률 '효자' 노릇을 했던 삼성전자 주식 매도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연말을 앞두고 성과가 좋은 삼성전자를 차익 실현해 실적 관리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별 매매 추이(화면번호 3331)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서만 총 1천613억 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은 이달 1일과 6일, 7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전자를 순매도했으며, 지난달에도 2천323억 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익성 개선, 실적 호조로 올해 42% 이상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 차트>

연기금들은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와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상승장 흐름을 타고 우수한 국내 주식 수익률을 거뒀다.

국민연금은 11월 말 잠정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해 약 23~25%가량의 국내 주식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학연금도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 직접 주식투자에서 29.94%의 호실적을 거뒀으며, 공무원연금은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 직접 주식투자에서 31.09%의 수익률을 보이며 말 그대로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지난달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29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내리는 보고서를 내자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내년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 D램 가격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공급 증가에 따라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면서 삼성전자 주가 반등 여력이 불투명해졌다.

연기금은 올해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장세에서 패시브 전략을 주로 써 재미를 봤지만, 코스피 상승세가 주춤하자 연말을 앞두고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연기금은 채권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있고, 해외 대체투자는 환율 여파로 수익률이 둔화해 주식이 올해 연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연기금은 삼성전자가 조정의 기미를 보이자 코스피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 기금 전체 수익률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한 CIO는 "내년 반도체 업황이 올해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연 단위로 평가를 받는 연기금들은 삼성전자에서 차익을 실현해 한해 농사를 원만하게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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