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지방 금융지주회사들이 내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조직 혁신에 나선다.

올해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지배구조에 심각한 위기를 맞은 만큼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한 조직 쇄신을 추진한다.

지역에 국한되는 지방은행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인수·합병(M&A)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등 몸집 키우기에도 나선다.

지주사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형적인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자산운용·증권사 등 비은행 인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등 디지털 금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지배구조 개선 박차

지방금융지주 1위를 수성해 온 BNK금융은 올해 성세환 전 회장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장기간 경영 공백기를 맞았다.

DGB금융 역시 박인규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 채용비리 등에 휘말리면서 곤혹을 치렀다.

BNK금융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조직 정비에 나섰다.

지난 9월 선임된 김지완 회장은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백년대계 위원회'를 이달 중으로 출범시키고 BNK사태의 발단이 됐던 지배구조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내년 한 해 동안 그룹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낡은 관행을 개선하는 등 혁신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인규 회장이 비자금 의혹 조사를 받는 DGB금융도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건의 근본 원인이 제왕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DGB금융도 BNK금융의 쇄신 전처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회장 및 행장을 도맡아 오던 지방금융지주에 권력 분산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JB금융지주도 지난 9월 회장과 광주은행장을 분리하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 논란을 사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M&A로 비은행 강화 총력

지방 금융지주의 은행 순익 비중은 90%대에 달한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의 은행 비중이 60%대인 것과 비교하면 비은행 강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지방 금융지주사들은 M&A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이 최근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계기로 JB금융도 증권사 인수에 다시 나설 수 있다.

JB금융은 지방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을 뿐 아니라 김한 회장이 종합금융지주회사를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가격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도 취임 이후 비은행·비이자 부문 확대에 힘쓰고 있다.

김 회장은 "종합 금융그룹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험이 없이는 안된다"며 "은행 중소기업 대출 거래가 70%에 달하기 때문에 손해보험사와의 시너지가 가장 좋을 것으로 판단돼 장기 과제로 손보사 M&A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15일 "지방은행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려면 계열사 확충을 통해 금융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며 "미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리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로 승부수 띄운다

시중은행에 뒤질세라 지방은행들도 디지털 금융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NK금융은 김지완 회장은 취임 직후 디지털총괄본부를 만들고 디지털총괄 부사장에 박훈기 전 GS홈쇼핑 상무를 선임했다.

BNK부산은행도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정욱 한국IBM 금융산업 부문 전무를 영입하는 등 외부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광주은행도 지난 13일 임원인사와 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디지털 본부를 신설, 기존 영업에 디지털영업을 접목하고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전북은행의 경우 지방은행 최초로 디지털창구 구축을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보다 영업점 수가 적다는 한계를 넘기 위해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영업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내년 디지털 영업창구를 확대하고 IT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디지털 특화 상품 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채용에 있어서도 IT·디지털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이라고 해서 지역 한계가 느껴지는 시대는 갔다"며 "시중은행에 걸맞은 디지털 금융 면모를 갖추기 위해 지방은행들도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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