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이 벌써부터 초대형 IB 인가받을 가능성이 큰 5개 증권사를 다니며 금리쇼핑을 하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이 넘어 단기금융 업무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5곳이다.

단기금융 업무 인가를 받으면 증권사는 최대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 발행으로 자금을 모아 절반 이상을 부동산 등 기업금융에 투자하게 돼 있다.

5개 증권사가 기업어음 발행으로 최대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48조원에 이르며 이 중 절반이 잠재 기업금융 자금으로 추산된다.

현재 5개 증권사는 단기금융업 인가 준비를 하는 상황으로, 예상보다 인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업무 개시는 오는 4분기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일부 기업들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신용도가 낮아 기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이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통상 은행 대출은 신용도가 높은 1~4등급까지만 받을 수 있다. 적당한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로 내려가면 은행 대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일부 기업에서 초대형 IB를 준비하는 증권사 관계자들을 불러 놓고, 어느 정도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금리 입찰을 붙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 대출금리는 기업 신용도나 담보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단, 초대형 IB 출범 시 증권사끼리의 실적 경쟁이 치열해져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며 무분별하게 대출해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초대형 IB 준비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초대형 IB인가를 받지 않았지만, 영업라인에서 기업들과 미리 대출 금리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며 "증권사 기업 대출금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 금리를 어느 정도로 가져오는지보다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의 신용이 어떤지 담보는 있는지 등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에 대출을 해주는지, 작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지에 따라 금리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대출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일원화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사 리스크관리 관계자는 "오랜 기간 대출을 해주며 심사 방법이 발달한 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은 아직 그런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리스크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기준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초대형 IB 출범으로 증권사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춰서 기업들에 대출해주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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