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채권커브의 경기예측 능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WSJ은 14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이 채권 커브를 마지막으로 무시할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일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54bp까지 내려왔다. 지난 5월과 비교하면 금리 스프레드가 절반가량 축소됐다.

일반적으로 커브 플래트닝이 심화하면 경기 둔화의 주의 신호로 인식되고, 커브 역전이 발생할 경우 경험적으로 경기침체가 뒤따를 확률이 매우 큰 편이었다.

최근의 커브 플래트닝에 대해서는 일부 경제학자나 투자자가 불안감을 표명하기도 하지만, 경기 예측 지표로써의 역할을 가볍게 보는 경향도 강하다.

외국 자금의 미국 장기채 수요가 확대되고 장기 국채 보유에 따른 추가 보상 요구도 감소하는 등 이례적 요인들로 커브 플래트닝이 심화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그는 이번 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 회견에서 "채권 커브 역전과 경기 침체 사이에 역사적으로 강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커브 기울기와 경기순환 주기 간의 관계가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견해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SJ은 가장 최근 커브 플래트닝에 이은 역전 현상을 보인 10년 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시 2003년 중반부터 시작됐던 커브 플래트닝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시작되며 향후 1년간 더욱 평탄화됐다. 단기 국채금리는 연준 정책에 따라 올랐지만, 장기금리의 상승세가 제한되며 전문가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2005년초 이런 현상을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다.

신문은 "그 뒤 1년간 커브 플래트닝은 더욱 심화하였지만, 경제 우려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예측 변수로서 채권 커브의 가치는 무시해버렸다"며 "그것은 그린스펀 당시 의장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 이코노미스트는 WSJ을 통해 "채권시장은 마약에 빠져있다. 채권 커브를 경기 침체 지표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채권 커브의 경시 현상은 그린스펀의 후임인 벤 버냉키 의장으로도 이어졌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에 취임한 한 달 뒤인 2006년 3월 연설에서 "거시 경제적 예측 기능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현재의 매우 평평한 채권 커브는 몇 가지 이유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2006년 중반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한 뒤에도 채권 커브는 2006년 대부분 기간 역전 상태에 머물렀다.

WSJ은 "2007년 경제 둔화의 징후가 나타나자 연준은 금리를 인하했고, 커브 역전도 해소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도 불황은 이미 다가오고 있었고, 경기는 큰 타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현재 커브 플래트닝이 경기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특히 커브 역전도 나타나지는 않았다"면서도 "가장 최근의 사례에서 얻어야 할 교훈도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채권 커브를 주시하면서 연준 의장을 포함한 전문가의 말은 반신반의하며 들을 필요가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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