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국채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지면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적어도 이번 평탄화 현상만큼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각) 진단했다.

현재 미국 국채 수익률곡선은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2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0.56%포인트로 올해 초 1.24%포인트와 비교하면 0.7%포인트 가까이 축소됐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중반에는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지난 1970년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곡선은 총 9차례 역전됐으며 이 가운데 7번의 역전 후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고 분석했다. 일단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면 약 1년 뒤 경기 침체가 오는 경향이 있다.

WSJ은 하지만 이번만큼은 수익률 곡선이 보내는 신호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우선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례적인 통화정책과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 때문에 인위적으로 하락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시장 참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는 장기 금리를 높게 책정해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을 보상받으려는 심리를 약화한다.

게다가 내년에 국채 수익률곡선이 뒤집히더라도 과거와 비교해 장기 금리를 여전히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덜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질금리도 10년 만기 물가연동 국채금리가 0.5%에 불과해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WSJ은 "국채 수익률곡선을 제외하면 현재로선 다른 경기하강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며 "회사채 시장의 경우 경기 침체가 다가올수록 신용 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지고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신용 스프레드가 빡빡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국채 수익률곡선과 관련해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수익률곡선이 역전됐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인식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수익률곡선의 역전이 경기 침체의 전조라는 명성은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이 있다"며 그런 인식으로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욕구가 줄고 금융시장에서도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돼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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