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제시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내달부터 한 차례 추가로 강화된다. LCR 강화로 시중은행이 은행채 발행과 국공채 매입에 집중하면서 수급이 요동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고유동성자산(HQLA:High Quality Liquid Asset)이 강화된다. 오는 7월부터 예금주가 최소 30일 이전에 해지를 통지하지 않은 영업적 예금이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연합인포맥스 일자별 신규종목 종합(화면번호 4204)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KB국민, 신한, 하나, 신한 등 국내 주요 4개 은행은 총 10조원 규모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이는 1분기 발행액인 6조6천억원, 지난해 2분기 발행액인 7조8천억원보다 많다.

은행의 국공채 매수 규모도 늘어났다. 올해 2분기 중 은행이 순매수한 국공채는 총 13조7천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2분기 6조5천억원 순매수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사들였다.

LCR 규제는 은행이 유동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30일간 지속되는 유동성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금화가 용이한 고유동성 자산을 평상시에 충분히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고유동성자산은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 등으로 구성되는 레벨1(Level1)과 15~50%의 할인률이 적용되는 회사채,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 등 레벨2(Level2)로 분류된다.

바젤은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2015년 LCR 비율을 60%에서 단계적으로 늘려 2019년에는 100%로 맞추도록 권고했다. 금융위원회는 바젤의 권고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2015년 LCR 비율을 80%에서 해마다 5%포인트씩 늘려 2019년 100%를 맞추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시중은행은 LCR 비율을 90%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LCR 비율은 평균 113% 수준이다. LCR 비율은 기준을 큰 폭으로 웃도는 상황이다.

LCR 규제 강화로 은행은 영업적예금의 분류 기준 강화로 고유동성 자산을 늘려야 하는데, 이 부분이 채권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영업적 예금이 고유동성자산에서 빠질 경우 LCR 비율이 10% 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월부터는 LCR 비율이 2019년 규제 수준 부근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이 때문에 은행채를 발행해 마련한 재원으로 레벨1에 해당하는 국공채 등을 사들이면서 LCR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LCR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채권 조달이 활성화된 건 사실이다"며 "고유동성 자산을 예금으로 받아도 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재원을 마련해 채권을 사는 것이 빠르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는 LCR 비율을 90%에 맞추면 되기 때문에 영업적 예금 분류 변경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LCR 비율을 채우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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