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유연성에 대해 발언하면서 채권시장이 또 술렁였다.

23일 연합인포맥스 최종호가 수익률 종합(화면번호 4511)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9bp 상승한 1.701%에 마감했다.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외국인의 10년 국채선물 매수 등의 영향으로 0.3bp 하락한 2.135%를 나타냈다.

전일 유가 하락에 강보합세로 출발했던 채권금리는 이 총재의 발언을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면서 단기물을 위주로 상승했다.

이 총재는 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된다면 통화정책은 금융 불균형과 자본유출 리스크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통상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익률곡선은 더 평평해졌다. 단기물 금리 상승과 장기물 금리 하락으로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43.4bp로 축소됐다.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좁다.





시장참가자들은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긴축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지난주부터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전했다.

지난주는 이 총재가 한은 창립 기념식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장단기물 할 것 없이 금리가 급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통상 내년 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해 내년에만 2~3차례 인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증권사 채권본부장은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올리면 한국과 기준금리가 역전된다"며 "한은은 자본유출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부담은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이르면 내년 1분기에, 늦어도 상반기에 한번은 올릴 것으로 본다"며 "내년 2~3번의 금리 인상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차기 한은 총재로 누가 올지도 중요한 요인이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는 올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3분기 이후에야 한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운용팀장은 "내년 중순, 3분기 초 정도 한국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사이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올린다면 미국 기준금리가 25~50bp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명분 삼아 올릴 것으로 보는데, 현재 총재 임기 내에선 힘들 것으로 본다"며 "정부도 정권 초기에 금리 인상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이 총재의 임기가 각각 내년 2월과 3월에 끝나는 점도 섣부른 전망을 어렵게 한다.

자산운용사 채권본부장은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리는 데도 미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며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물가가 오르기 어렵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물가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 초 옐런과 이 총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누가 차기 주자로 올지도 중요한 변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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