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올해 국가기간산업이자 사회간접자본(SOC)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갈수록 나빠졌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글로벌 유동성 긴축기가 더 진행되면 지금보다 더 지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8일 연합인포맥스의 채권 시가평가 일별 추이(화면번호 4789)를 보면 지난주 말 'AAA' 신용등급의 공사·공단채는 3년물이 2.268%를 기록했다. 약 한 달 전에는 2.4%를 넘겼지만, 최근 다소 안정을 찾았다.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렸지만, 예상된 이벤트라는 반응에 시장금리가 떨어진 모습을 따라갔다.





국내 SOC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주요 공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작년 AAA 공사채 3년물 금리는 1.833%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43.5bp가 올랐다.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에 더 많은 이자비용이 필요하게 됐다.

현재 국내 공적 주택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금리는 AAA급 공사채 금리와 같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AAA급 공사채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재무구조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주 말 3년물 금리가 2.258%로 AAA급 공사채 평균보다 1bp 낮다. 도공은 오는 2021년까지 부채가 약 4조6천억원가량 늘어나지만, 부채비율이 80%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 초반에는 금리가 최저점이었다. 지난 6월 5일에 3년물이 1.774%까지 내렸다. 유가 하락과 유럽의 정치적 불안 등이 금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대통령 부재 사태가 해결되면서 공기업들의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공사채의 지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국고채 대비 'AAA' 공사채의 스프레드(금리차)가 6월 중순~7월 중순에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당시 스프레드가 15bp(1bp=0.01%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이 스프레드가 적을수록 공사채를 보는 시선이 국고채에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반기를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내 성장률 상승을 이유로 사상 최저인 국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신호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보내면서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약 보름 앞두고 공사채 3년물 금리는 올해 고점을 찍었다. 금통위는 11월에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아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역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기에 공사채에 대한 평가도 이전보다 약해졌다. 일부 자금이 더 안전한 국고채를 선호했다.

공사채 금리가 고점일 때 국고채와의 스프레드도 21bp를 넘겨 연중 최대였다. 현재도 20bp 내외로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매수세가 주춤하다.

한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공사채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가 10bp를 넘지 못할 만큼 공사채가 국고채의 대체재 역할을 했다"며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세 번 올리면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인식에 공사채 금리가 국고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뛸 수 있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