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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욱의 세계로 향한 窓] 북한 병사의 귀순과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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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12.18  14: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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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젊은 북한 병사가 목숨을 걸고 판문점에서 남한으로 탈출했다. 치명적 총상을 치료하는 도중 발견된 심각한 기생충 오염은 북한의 극심한 위생 결핍 현상을 증언하고 있다. 왜 젊은 북한 병사는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서 남한으로 탈출을 시도하게 됐을까? 한편 우리의 젊은이 7명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주요 음악 시장을 석권하면서 케이팝(K-pop)의 위상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같은 민족 같은 문화를 가진 젊은이들을 이처럼 다른 운명에 처하게 하고, 북한과 남한의 경제력을 개인 소득 기준 40배나 차이가 나도록 했을까?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인 저명한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에 의하면 국가의 성패를 결정짓는 근본적 차이는 문화도, 지리도, 인종도 아니고 그 국가의 지배체계가 약탈적인가 아닌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남한과 북한의 사례와 멕시코와 미국 국경지대의 도시 등 주민의 삶의 차이 등 기타 많은 역사적 사례를 들어서 매우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고 있다. 국가 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그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같은 나라에서 같은 지배체제 아래에서도 달라지는 경제 발전과정을 설명하려면 조금 더 대외지향적인 개방 발전 전략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의 중국과 그 이전의 모택동 치하의 중국과의 차이를 설명하거나, 1992년 대외개방정책을 추진하기 이전과 이후의 인도의 발전의 현격한 격차를 설명하려면 개방정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동유럽의 경제발전을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한강의 기적 역시, 1960년대 초에 종전의 수입대체정책에서 과감하게 대외지향적인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경제 발전사에 많은 중요한 정책 중 가장 결정적인 정책은 내부로만 향하던 눈을 과감하게 밖으로 돌린 것일 것이다. 즉, 바깥세상을 더는 위협과 교란 요인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도전과 기회의 땅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대외지향적 정책은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본 및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고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게 해줬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시장의 가격 규율을 받아들이게 되어 비교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끊임없이 유능한 인력과 자본 등 자원이 이동하도록 하게 해준 것이었다.

    세계은행이 1995년 발간한 '아시아의 기적'이라는 보고서는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이른바 1980~1990년대 아시아의 호랑이들의 발전과정을 분석하면서 대외지향적 정책(Outward-looking strategy)을 그 중요한 공통적인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제 경제적으로 세계 12~13위, 무역 물량으로 세계 7위를 넘나드는 수준인 우리나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속도와 폭과 깊이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세계화, 국제화에 앞서나가는 문제이고, 또 하나는 벌어지는 빈부 격차 등으로 초래된 반세계화와 국수주의적 경향에 대응하는 것이다. 두 가지 도전에 대한 창의적인 응전은 당연히 새로운 차원의 격상된 개방정책을 통해 세계화 조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세계 곳곳의 뉴스가 SNS를 통해서 즉각적으로 전파되고 방탄소년단의 공연에 전 세계 팬들이 환호하고 중국의 광군제나 미국의 Black Friday에는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무한경쟁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거스를 수도 없고, 거슬러서도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유능한 인재들도 국경을 넘어서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곳에 둥지를 틀고 사업을 한다. 실리콘밸리에는 많은 인도인 기술자가 득실거리고 있고 중국의 중관춘과 실리콘밸리도 중국계 인재를 놓고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고 삼성전자도 구글 같은 회사와 치열한 인재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즉 이제 국가 간 경쟁은 단순한 대외개방정책을 넘어서 어느 나라가 가장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번영과 쇠락이 결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4차 혁명의 도래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외지향적 정책 기조가 어떻게 업그레이드돼야 새로운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것은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싶은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능력 있는 외국인은 물론 그 가족이 쉽게 직장을 찾고 교육과 의료에 커다란 불편을 겪지 않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가 있어야 이러한 새로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도전인 급속한 고령화와 근로 인구 감소에 대한 정책대응도 국내적인 조치를 넘어서 우리가 필요한 외국 인력을 국적과 관계없이 뽑아 쓸 수 있는 과감한 인력개방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경제정책과 제도를 항상 국제시장과 경쟁국과 비교해서 보는 국제적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채택하려는 정책이 아무리 국내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이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국제 경쟁력을 심각하게 갉아먹는다면 결코 지속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이제는 모든 정책을 국내적 타당성은 물론 국제적 경쟁력의 시각으로 함께 보는 지혜와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본과 시장과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급속하게 통합되는 세계화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번영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귀순한 북한 병사에게도, 북녘의 핍박 받는 동포들에게 오래오래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방탄소년단이 나타나고 활약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허경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 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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