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은 다주택자의 투기와 편법적인 거래 등에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보다는 국민, 숫자 대신 현장의 체감도를 중요시하겠다고도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사를 통해 "아직도 이번 (주택시장)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파워포인트(PPT)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그가 선보인 PPT는 올해 5월 전국에서 누가 주택을 거래했는지에 대한 통계였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주택 거래가 줄었지만, 5주택자는 급등했다. 5주택자는 강남 4구에서 주택 거래가 53%, 특히 송파에서는 89%가 치솟았다고도 설명했다. 이외 ▲용산 67% ▲은평 95% ▲마포 67%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도 증가율이 높았다.







김 장관은 연령대별 주택거래도 소개했다. 40~50대는 작년 대비 주택 거래가 14% 증가하고 60~70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이에 29세 이하는 54%가 뛰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개발여건이 양호하고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고 판단했다.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고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닌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정책과제로는 서민 주거안정을 먼저 내세웠다.

정책 역량을 집중해 집·전월세·이사 걱정이 없는 '주거 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국토 균형발전, 도시재생 뉴딜도 언급했다. 건설·운수업의 각종 관행은 개혁대상으로 지목했다. 공공기관의 수익성 관점을 과감히 전환해 교통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근무할 국토부 직원에게는 화장실에서만 줄을 서라고 당부했다. 국민과 현장의 체감을 중요시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김 장관은 "낭중지추라는 말이 있듯이 인사는 '줄'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기에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하자"며 "업계보다 국민을 먼저 걱정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일은 관행이라는 단어로 포장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생명이 없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외화되는 국토부의 업무가 생명의 기능을 상실한 나무의 기둥과 닮았다고 비유했다. 앞으로 국토부가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취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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