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모처럼 달아올랐던 달러 롱심리가 12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힘을 잃고 꺾이는 모양새다.

달러-원 환율이 이달 마지막 주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원화 강세 기대도 커졌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23일 달러화가 1,144원 선에서 단기 상단 저항을 확인했다고 보고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달러화가 다시 1,130원대 초반까지 밀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 환율보고서 의식…롱스톱 재료

외환딜러들은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앞두고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원화 강세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경상수지 흑자 과다 문제를 지적해 온 미국 측에서 보고서를 빌미로 달러 약세에 대한 화두를 재차 꺼낼 수 있어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기조상 대기업에게 혜택이 주로 돌아가는 고환율 정책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 미국과 통화 가치에 대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전 정권보다 대기업 봐주기가 약화됐고 원화 강세 기조에 대해 보다 유동적일 수 있다"며 "환율 약세 유도를 위한 유인이 많지 않고 미국 측에 환율 개입 자제를 위한 카드로 협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미국이 일단 자국 통화 강세를 싫어하는 기조를 보여와서 통상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까지 걸려 있어 결과적으로 달러화 상단을 막는 재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정상회담 전 북미 갈등…불안 재료이기도

정상회담이 정치적 변수인 만큼 달러화 방향성을 예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문제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함께 최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불거지고 있는 대북 제재 관련 문제도 불안 심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 상단과 고점 전망은 점차 넓게 벌어지고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정치적 변수라는 게 늘 양면성을 가져 예단하긴 힘들다"면서도 "현재 시장이 한미 갈등 심화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측면이 있어서 정상회담이 갈등 봉합의 계기가 된다면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현재 대북 리스크와 환율 문제 간에 경중을 비교하면서 환시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달러화 저점은 1,120원대 후반까지, 상단은 1,1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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