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말 서울증시 투자자들의 입맛이 씁쓸할 것 같다.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산타랠리를 보이는데, 우리 증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최근 70번째 사상 최고치의 기록을 남기며 2만5천선에 육박했고, 나스닥지수는 7천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2,500선 아래에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코스닥지수는 800선을 찍은 후 힘이 빠지며 760선까지 밀려났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증시가 연중 내내 쉼없는 오름세를 보인 데 따른 반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다. '박스피'라는 오명을 듣던 코스피는 상단 고점을 뚫어내면서 대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코스닥지수도 뒤늦게 800선에 진입하며 랠리에 동참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렇더라도 미국 증시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데, 우리 증시만 그 영향력에서 소외돼 '왕따' 당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특히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이후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현격히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비관론자들은 상승국면이 끝나고 앞으론 내리막을 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시의 상승 동력을 제공했던 기업실적 역시 원화 강세 영향으로 내년에도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은행의 뒤따른 행보가 결국 증시에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지지부진한 장세가 끝나고 다시 랠리를 펼칠지 아니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인지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내년 1월 장세를 보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남은 연말은 특별한 움직임 없이 흘러가겠지만, 새해엔 본격적인 방향이 잡히며 전체적인 장세도 예측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중 삼성전자의 실적(4분기)이 나오면, 반도체 경기 논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IT(정보기술) 주식들의 방향도 결정될 것이고, 그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 등도 연동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연말에 조정을 받았던 부분이 내년 초 장세에 새로운 에너지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말 차익실현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돌아오고, 기관 투자자들도 종목편입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져간다면 내년 증시에 기대를 걸 수도 있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망이 걷히지 않고, 각종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비관적인 요소들이 확인된다면 증시 전망은 매우 우울할 것이다. 올해 분출된 증시의 에너지가 내년에도 지속할지, 1년 만에 사그라들 것인지 투자자들은 내년 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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