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장에서 제기하는 주택부족론에 날을 세웠다.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을 아직도 공급부족에서 찾는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과 시장의 논리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국토부 장관 취임사에서 처음으로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꺼내 들었다. 국토부 직원들에 대한 인사, 인사청문회에 대한 소회를 얘기한 후 6·19 부동산 대책을 거론하면서였다. 취임사 초반부터 PPT라는 파격에 이목이 집중됐다.

시선이 쏠리자 김 장관은 본인의 소신을 공개했다. 그는 "아직도 이번 (주택시장)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실제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제기하는 주택부족론, 특히 서울은 새로 주택을 지을 택지가 없고 개발 여력도 제한돼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최근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가 실수요자(무주택·1주택자)보다 많았던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김 장관은 자료에서 올해 5월, 무주택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주택 거래가 6.02% 줄었지만, 5주택 이상은 7.47%가 확대했다. 격차는 강남 4구에서 더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29세 이하의 주택 거래가 늘어난 통계도 내놓으며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가 본격화하자 고령층의 주택 매수가 늘었는데 고령층이 더는 자신의 명의로 집을 사지 않는 현실이라고 봤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3월 28일에 송고한 '<소형 집값 누가 끌어 올리나…수익률 노린 고령층 '북적'>' 기사 참고.)

다주택자와 29세 이하 주택거래자에게 '투기세력'이라고 직접 표현하지 않았지만, 실수요자와 대비시키면서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한 셈이다.

김 장관의 선명한 메시지에 시장과의 논리 싸움이 격해질 기세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서울의 주택보급률, 입주물량 등을 들어 공급 부족론을 지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의 주택보급률(주택수/가구수)은 96%로 전국 평균(102.3%)보다 낮다. 자가점유비율은 42.1%로 절반에 못미친다. 올해 서울 입주물량도 2만6천여가구로 최근 10년간 연평균(3만2천여가구)에 부족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분양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주택의 절대 부족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주택보급률은 외인가구를 포용하지 못하는 한계로 실제 보급률 대비 과대평가돼 있고 주택의 노후도를 고려하면 서울, 경기지역의 주택공급은 태부족 상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은 적절한 주택공급이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경기가 확장국면일 때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경제학의 기본은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다"며 "다주택자들이 또 집을 사는 것은 그 가격에 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의 매매는 전체의 1%도 되지 않고 이들이 움직인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적정가격 이상으로 가지 못한다"며 "재건축 활성화 등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