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업황 호조로 벌어들인 두둑한 현찰에도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부진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공격적인 M&A에 나섰지만 외국 화학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번번이 최종 문턱에서 쓴잔을 마셨다.

2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석화기업의 M&A 실적은 세 건에 불과했다.

SK종합화학이 올 상반기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고부가 포장재 사업인 에틸렌아크릴산(EAA) 부문을 3억7천만달러(약 4천30억원)에 인수한 것이 외형으로는 가장 컸다.

이어 이달에는 다우케미칼의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7천500만달러(약 820억원)에 인수하는 등 실적을 신고했다.

이들 2건을 제외하면 LG화학이 올해 초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해 LG화학 내에 생명과학사업부를 신설한 게 전부다.

이처럼 M&A 실적이 부진했지만 인수 여력은 충분했다. 지난 2014년부터 저유가 기조로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2조5천4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석화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한화케미칼도 작년 7천792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말 기준 2조2천29억원과 1조123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확보한 상태였다.

LG화학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9천919억원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최대였다. LG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조4천744억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7천806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제유가, 원료가격 등 대외적인 변수에 의해 등락이 심한 업황을 고려할 때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적기였지만 각종 M&A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미래사업 동력 확보에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 뛰어들어 예비입찰까지 통과했으나 미국 엑손모빌에게 뺏겼다. 작년 6월에는 추진 중이던 미국 엑시올 인수 계획도 중도 철회했다. 당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어려운 국내 환경을 감안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지난 3월 미국 에탄크래커(ECC) 공장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인수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매물이 나오면 국내 석화기업들이 대부분 M&A 대상으로 검토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실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SK루브리컨츠를 상장하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대한유화 등 순현금으로 전환하는 정유화학 기업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증설 프로젝트가 부재한 상태에선 순현금 규모가 확대될 때 M&A 논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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