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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섭의 법과 금융]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주식회사의 기본원칙
    정지서 기자  |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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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12.26  14: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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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수십 년간 유지됐던 섀도 보팅(shadow voting)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주총회의 성립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하는 기관이 증가하면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운용사나 그 밖의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섀도 보팅제도는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의 성립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찬반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당시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도입됐다. 주주총회를 최고의사결정 기관으로 보는 주식회사의 기본원칙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많은 주주가 주주총회 참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찬성론도 함께 존재해 왔다. 섀도 보팅제도가 2013년 5월 폐지되고도 그 시행이 4년 7개월간 유예되어 온 사실이 이러한 논란을 잘 나타내고 있다.그러나 섀도 보팅제도 자체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촉진한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아니라 행사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사를 일정한 내용으로 의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한계가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상법은 1995년의 주주총회 의사정족수 제한 폐지, 1999년의 서면투표제 및 2009년의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총회의 성립 및 의결권 행사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를 지속해서 도입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규정을 개정해 주주총회의 성립을 위해 충실히 노력하였음에도 이사 또는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상장회사에 대해 관리종목지정과 상장폐지의 특례를 인정했다. 충실한 노력의 여부는 전자투표제의 도입 여부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의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상법상 임시이사 등의 제도를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투표제도를 운용하는 기관이 투표에 참여하는 모든 주주에게 일정한 선물이나 경품을 제공하는 방식도 상법상 이익공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주식회사의 기본원칙은 주주로 구성되는 주주총회를 최고의사결정 기관으로 하는 것이다. 일반사업회사 주주들의 법적 지위를 자본시장법상 펀드 투자자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적어도 현행 상법상 주식회사제도와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주주총회에서의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문제는 '주주들의 관심 부재에 대한 방임'이 아니라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촉진한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전제로 판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기관투자자들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제도적 노력으로 연결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그러한 제도적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19일 한국 지배구조원에서 공표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말한다. 모두 7개 원칙으로 구성되는 동 원칙은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ㆍ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세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핵심은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지침ㆍ절차ㆍ세부기준을 포함한 의결권 정책'을 마련해 공개하고,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사유'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는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스튜어드십코드의 준수를 통하여 타인의 자산을 관리ㆍ운용하는 자의 책임과 의무가 명확히 인식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가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방법으로 제공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보에 기초한 판단은 의결권 행사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충실의무를 이행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 하나는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대량보유보고사항 중 경영참여목적의 정의이다. 자본시장법상 임원의 선임·해임은 물론이고 회사의 배당 결정과 관련해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도 경영참여목적에 해당한다는 판단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일차적이고 안전한 대응은 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위축 효과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정보의 확보는 물론 주주로서의 의사 표현에도 중대한 제약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문제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또 하나는 자본시장법 제174조의 미공개 중요정보이용행위에의 해당 가능성이다. 주주로서 회사의 임직원과 회사 경영에 관한 의사 교환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보유한 상태에서 그 회사의 주식 등을 대상으로 한 매매가 이루어질 경우 미공개 중요정보이용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는 입법적 해결보다는 해당 기관투자자들의 정보차단장치를 포함한 내부통제절차를 통하여 해소되어야 한다.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정보차단장치를 포함한 내부통제절차가 충실히 구축되고 이행될 경우에는 미공개 중요정보이용행위의 성립 가능성을 제한하는 특칙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지배주주를 제외한 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일반적 현상으로 설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법은 주주로 구성되는 주주총회를 최고의사결정 기관으로 하는 것을 전제로 주식회사제도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현행 법제를 고려하면 기관투자자들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통하여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순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 現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jsje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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