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올해도 3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증권가를 떠나갔다. 국내증시가 활황을 보이며 지난해보다 증권업계의 상황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전체 증권사 직원은 3만6천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7% 넘게 감소했다. 인수합병을 진행한 일부 증권사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인위적인 인력 감축 시도는 덜했다.

많은 증권사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신입, 경력사원 등 채용에도 힘썼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대형사들이 신사업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며 인력 수요도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일제히 신입사원 공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렸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가 일자리의 질은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임금 차이, 비정규직 비율,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아직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증권가 비정규직 비율은 30%에 달해 지난해와 비교해 소폭 높아졌다. 비정규직의 절대 규모는 감소했으나, 이보다 전체 인력이 더 크게 줄며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남녀 간의 임금 격차도 여전했다. 주요 증권사에서 여성 직원의 연봉은 남성 직원보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가량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임금 차이는 부장급 이상 직급에서 여성 직원의 비율이 낮은 데서 비롯됐다. 올 연말 인사를 통해 대신증권, 예탁결제원 등에서 최초로 여성이 임원으로 발탁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유리 천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고용의 질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소득 불평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업계의 상황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일각에서는 여전히 성과 압박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희망퇴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올해 중순께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으로 인해 시기가 다소 지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에는 하이투자증권이 유일하게 단행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저성과 시니어와 고객 지원 인력 감축 등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나오던 얘기"라며 "지점 간 통합이 이뤄지며 유휴 인력이 다수 발생했는데, 이들을 희망퇴직으로 돌리든지 영업 전환하든지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C 증권사 관계자는 "성장세가 두드러진 메리츠종금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총임직원 수가 늘었다"며 "자본을 확충하며 사업 기회를 확대한 곳에서는 추가 증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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