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17년 정유년도 이제 종착역에 도달했다. 대내외적으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1년이었다. 내적으로 장미 대선과 정권교체, 적폐청산 등 굵직한 키워드가 많았고, 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북한의 핵 도발 등 거센 외풍이 많았다.

삼성과 롯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정경유착의 몸통으로 지목되며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불운함을 겪었다. 재벌 기업들은 국민적 요구에 따라 개혁의 흐름에 동참해야만 하는 운명을 맞았다.

부진한 업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많았다. 한국을 대표하던 조선과 해운, 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은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의 폭풍에 휘말렸고, 그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우리 사회에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에겐 아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우리 경제는 우려와 달리 순항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식 장기불황' 걱정을 했던 우리 경제는 3%대 성장률에 육박해 불황의 늪에서 탈출했다. 국민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국민소득은 내년 초에 3만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받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 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그 덕분에 우리 증시의 코스피지수도 2,500선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터널 속에서 웅크리고만 있었던 우리 경제의 모든 지표가 드디어 밝은 햇살을 받게 됐고 많은 상장 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실적 파티를 했다. 올해 연말 재계와 금융계의 인사를 보면 확실한 성과주의의 색채가 드러난다. 일부에선 성과가 너무 좋아 내보낼 임원이 없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능력이 있으면 40대에도 임원을 달고, 여성도 유리 천장을 뚫고 임원에 오르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요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이번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의 키워드 중의 하나가 인공지능(AI)이다. 삼성과 LG, SK텔레콤 등 주요 IT 기업은 AI 조직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삼성은 삼성리서치를 만들어 그 산하에 AI 센터를 뒀고, SK텔레콤은 CEO 직속의 AI리서치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연구를 위해 지능형 안전기술센터를 만들었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계에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가 닥칠 것이다. 당장 법인세 인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과 실적 악화 우려 등도 수면위로 올라올 것이다. 북핵 등 한반도 안보정세는 뚜렷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극복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늘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새해를 출발했으나 한해를 마치는 시점에 뒤돌아보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던 때가 많았다. 내년에도 많은 결실을 얻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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