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8번과 최다 타이기록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다사다난'한 2017년을 보낸 국민연금은 27일 올해 마지막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역대 최다 기금위 개최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으로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선 국민연금은 작년 하반기에 기금위를 거의 열지 못해 역대 최소 횟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환골탈태'의 의지만큼이나 자주 열고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다.

국민연금은 12월에만 2번의 기금위를 열었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위는 국민연금법상 4회 이상 열려야 한다. 지난해에는 법으로 정해진 최소 횟수인 4번만 열렸지만, 올해는 그 배인 8번이 열렸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으로 보건복지부 산하의 현재의 기금운용체계가 갖춰진 이후 기금위 최다 개최 횟수는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의 8번이다.

2008년은 최근 10년 동안 유일하게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급박한 해였는데, 올해 그 기록과 타이기록을 갖게 됐다.

올해 국민연금은 국정농단 사태의 후유증에다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CIO)의 동시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리더십 부재를 겪었다. 기금운용본부가 올해 2월 전주로 이전하면서 '국민연금(NPS) 패싱' 현상이 불거졌고,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손실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기금운용체계 개편 목소리가 높아지고, 스튜어드십 코드 등 새 정부 공약이 도입되는 등 국민연금의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하기 위해 기금위가 자주 열렸다.

2009년 금융위기 후폭풍이 거센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 대응을 위해 7번 열린 것을 제외하고 기금위는 보통 4~6번 정도 개최된다. 2015년에는 5번 열렸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기금운용지침, 연도별 운용계획, 중장기 자산배분, 성과 평가 등 기금운용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위가 결정한 사항을 자산별로 투자 집행하고, 600조 원이 넘는 자금의 리스크관리를 담당해 기금위가 국민연금의 '컨트롤타워'로 볼 수 있다.

이날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7년도 제8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올해 잠정 수익률이 공개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잠정치이기는 하나 지난주까지 국민연금 수익률은 7.45%로 지난해 4.75%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며 "이는 벤치마크 대비 0.51%포인트 상회하는 좋은 성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까지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617조 원으로 올해 예상치인 605조 원을 웃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7.45%의 잠정 수익률은 2010년 이후 7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0.18%로 마이너스 성과를 내다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2009년과 2010년에 10%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2.31%, 2012년 6.99%, 2013년 4.19%, 2014년 5.25%, 2015년 4.57%, 2016년 4.75%를 기록했다.

올해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운용규모 600조 원 돌파는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지난 8월에 이미 이뤄졌다.

창립 30주년을 맞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기금운용을 책임질 기금운용이사(CIO) 선임이 미뤄지고 있는 만큼 올해 마지막 기금위에서는 CIO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체계와 관련해 "보다 전문화되고 적극적인 방안을 생각 중이고, 개편안은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듯하다"면서도 CIO와 관련해서는 "김성주 이사장님이 알아서 하실 것이다. 우리는 중립적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김 이사장은 "CIO 관련해서는 입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짧게 말했다.

조인식 CIO 직무 대리 역시 "30여 명 정도로 3차 운용역 채용을 곧 시작할 예정이고, 내년 초에 발표할 것"이라며 코스닥 활성화나 CIO 인선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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